대부분의 사람들, 심지어 서울에 사는 사람들조차도 서울에 신사동이란 동네가 두 곳이 있는 줄은 잘 모른다. 대부분 신사동이라 하면 부자 동네로 유명한 강남구 신사동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지하철 3호선 신사역도 바로 이 곳에 있다. 하지만, 서울에 신사동이란 동네가 또 있다는 사실은 거의 대부분 모른다. 원래 서울시에서 신사동이란 지명이 먼저 사용된 곳은 은평구 신사동이었다. 1949년 서대문구의 관할 아래 서울로 편입되면서 신사리였던 동네 지명이 신사동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후 서대문구가 은평구로 분리되면서 지금의 은평구 신사동이 확정되어졌다. 강남구 신사동은 1963년 경기도 새말리, 사평리 마을이 합쳐져 신사동이란 이름으로 성동구에 편입되어지면서 서울시 관할이 되었다.

"신사동 말고, 은.평.구 신사동으로 가주세요, 기사님"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고 나중에 신사동으로 서울에 편입된 강남구 신사동은 원래 서울의 신사동을 밀어내고 유명한 강남의 메카로 명성을 날리게 되었다. '신사'라는 지하철 역 이름도 먼저 선점해버리는 바람에 우리 동네의 지하철 역 이름은 '신사'라는 한자 이름을 우리말로 풀이한 '새절'역이 되어버렸다. 백이면 백 '신사동'이라 하면 강남구 신사동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덕분에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택시를 탈 때 꼭 '은평구'란 말을 붙이거나 옆동네 이름을 대도록 철저하게 교육 받으며 자랐다.

그런데, 서울에 세번째 '신사동'이 생기려 하고 있다. 관악구 신림4동 지역 주민들이 공식 지명을 '신사동'으로 바꾸려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단다. 공식 지명이 아닐 뿐이지 이미 오래전부터 지역 주민들은 신림4동이란 말을 줄여서 '신사동'이란 지명을 사용해왔다고 한다. 때문에 신림4동이란 지명을 편의에 따라 '신사동'으로 개정하는 것을 관악구에서 추진하고 있단다. 하지만, '신사동'이란 브랜드 네임을 보유하고 있는 강남구에서 관악구의 추진안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미 신사동이란 지명이 한 곳도 아니고 두 곳이나 있기에 지명을 '신사'로 바꾸는 것은 타 지자체들의 여러 혼선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물론 신림4동 주민들 입장에서 볼 때, 기존의 지명보다 강남구 신사동 덕분에 부유해보이고 잘사는 동네처럼 보이는 '신사동'이란 지명은 굉장히 매력적일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에는 이미 신사동이란 지명이 두 군데나 있다. 지금도 같은 지명 덕분에 여러모로 혼선이 잦은데, 같은 이름의 지명이 한 군데 더 생긴다고 하면 큰 불편이 야기될 것이 분명하다. 이미 우리집은 신사동이란 지명 덕분에 여러 번 애를 먹은 적이 있었다. 김치를 택배로 시켰는데, 그 김치가 담당자의 실수로 강남구 신사동을 거쳐서 늦게 오는 바람에 다 쉬어버린 적도 있었고, 강남구 신사동 담당 택배 아저씨가 잘못 분류된 택배 물품을 전해주러 우리집까지 찾아오는 수고를 했던 적도 있었다.

난 어렸을 때 '신사동 그 사람'이란 노래 제목이 우리 동네 신사동을 가리키는 줄 알고 신기해 했었다. 가뜩이나 같은 이름인데도 여러 모로 꿀리는 점이 많아 서러운 우리 '은평구 신사동' 주민들인데, '신사동'이란 지명이 또 생길지도 모른다는 소식은 별로 달갑지 않다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