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시앵레짐, 즉 프랑스 구체제 시기 귀족은 크게 대검(帶劍)귀족과 법복(法服)귀족으로 나뉘어 있었다. 대검귀족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봉건적 토지귀족이었고 법복귀족은 상공업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매관매직을 이용해 새롭게 귀족적 지위로 부상하게 된 신흥귀족이었다. 이 두 세력은 앙시앵레짐 내내 이해관계에 따라 충돌하고 주도권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대검귀족은 뿌리 깊은 전통적 기반을 갖고 있었지만 상공업에 바탕을 둔 법복귀족들의 막강한 재력 앞에 결국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고, 이는 구체제가 전복되는 그 유명한 프랑스혁명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최근의 ‘조중동’과 NHN 간의 전쟁, 즉 여론시장을 둘러싼 유력 지면신문사들과 포털 간의 세력 다툼을 보고 있자면 과거 서구에서의 대검귀족과 법복귀족의 권력 싸움이 떠오른다. 앙시앵레짐과 현 사회의 상황은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많다. 조선, 동아, (중앙)은 거진 한 세기 가까이 우리 사회의 유력 언론사의 입지를 굳혀왔다. 특히 80년대 이후로부터는 집권세력, 혹은 재벌들과의 동거도 서슴지 않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여론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확립해나갔다.

하지만, 도저히 무너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그들의 독점적 권력 또한 앙시앵레짐의 구 토지귀족들처럼 새로운 세력의 등장으로 인해 크게 위협받게 되었다. 바로 인터넷이라는 새롭고도 강력한 매체를 중심으로 한 거대 포털들의 등장이었다. 더군다나 봉건귀족들의 세력을 약화시키고 견제하기 위해 신흥귀족들을 대거 포섭하였던 프랑스 국왕들처럼 이들 포털들 또한 새롭게 정권을 잡게 된 젊은 대통령에 의해 기존 언론들에 대한 무시할 수 없는 대항마로 떠오르게 되었다.

주요 기반이 토지였던 대검귀족들이 상공업 중심의 법복귀족들의 재력을 도저히 이겨낼 수 없었던 것처럼 NHN이 포털 운영을 통해 얻는 매출액은 현재 조선, 동아, 중앙의 지면신문사들의 그것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해졌다. 지면신문사들은 수익성, 수익 경로의 다양성, 시장 지배력 모두 포털들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NHN은 올해 기준 시가총액 8조원 정도로 수 년 전부터 일찌감치 코스닥 1위를 접수했는데, 이번에 붉어진 MBC나 SBS의 시가총액이 대략 1조원 정도인 것을 감안해보면 NHN의 규모가 얼마나 거대해졌는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

그러자 과거 대검귀족들이 왕정복고를 위시해 구체제로의 회귀를 꿈꿨듯이 지금의 지면신문사들 또한 현 집권세력과 결탁하여 전면적인 ‘포털 죽이기’에 나섰다. 이러한 움직임은 포털의 자의적 뉴스 편집 기능을 금지시키는 법제적 시도에서부터 점차 가시화되었다. 또한 최근의 이른바 ‘7대 언론악법’을 통해서도 ‘아고라’와 같은 포털의 공론, 논평 등의 여론 조성을 약화시키고자 하고,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여지가 있는 인터넷에 대한 규제 또한 그 칼날의 끝은 네이버와 같은 포털들에게 향해 있다. 하지만 이런 제도적 법 규정 정도로 이미 거대 기업화되어버린 NHN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까지 깎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몰락해버린 봉건귀족들처럼 지면신문사들 또한 몰락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NHN과의 전쟁에서 의미 있는 패배를 당하지 않을까 싶다.

단,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한 가지 역사적 교훈이 있다. 앙시앵레짐의 모순으로부터 농민과 평민들을 대변해줄 것만 같았던 법복귀족들은 평민들의 기대와 달리 프랑스 혁명 이후 구체제의 대검귀족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그저 평범한 ‘귀족’의 길을 걷게 되었다. 오히려 프랑스 혁명의 신, 구 귀족세력간의 다툼이 무의미해질 정도로 이들 신흥귀족들은 기존의 구체제의 잔존 귀족들과 야합했고 근대 서양의 금권정치에서 볼 수 있듯 여전히 평민세력을 억압했다. NHN, 혹은 다음까지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최근 ‘조중동’의 보수언론사들에 대한 하나의 대항마로 NHN이 떠오른 것은 맞지만, 언제 또다시 독점적 점유율을 이용해 ‘조중동’과 비슷한 길을 걷게 않으리라고는 단정 지을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우려는 이미 엄청나게 거대해진 NHN의 모습과 영향력을 떠올려볼 때 더욱 진지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현재, 마치 봉건귀족과 같았던 거대 지면신문사들의 몰락과 그 마지막 몸부림을 지켜보고 있다. 물론 집권당이 그 몸부림 중 하나로 ‘악법’ 상정을 시도하고 있긴 하지만 지난여름 촛불의 경험에서처럼 아직 나는 우리 국민들의 수준 높은 시민의식을 믿기에 이번 법 개정안은 그리 쉽게 상정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물론 지금 가장 닥쳐있는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겠지만 단, 이로 인해 NHN이라는 새로운 거대세력의 등장을 시야에서 놓쳐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구체제의 모순이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부르주아지 귀족들을 견제하지 못한 과거의 실수를 오늘날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