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카메라가 인기다. 날마다 강력범죄가 늘어나면서 가장 바빠진 사람들은 CCTV 업자인 듯하다. 지자체는 지역 감시카메라를 늘리려, 아파트 부녀회는 주차장에 CCTV를 설치하려, 상점 주인들은 자신의 가게 안에 CCTV를 달려고 아우성들이다.

감시카메라, 물론 좋은 점은 많다. 이번 강호순 사건처럼 요즘 범인을 색출해 내는 데에 감시카메라만 한 것도 없다. 또 이로 인해 범죄율이 줄어들 것은 분명하고, 경찰이나 경비원 등의 인력도 줄일 수 있어 효율적이기까지 하다. 감시카메라가 가장 잘 자리잡힌 곳은 도로 위다. 과속, 신호위반, 불법주차 등을 단속하는 감시카메라가 널리 보급되자 운전자들은 과거처럼 경찰이 일일히 단속을 나오지 않아도 교통법규를 지키게 되었다.

최근에는 유럽에서 지능형 CCTV까지 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 능력을 탑재하여 사람이 모니터링을 하고 있지 않아도 알아서 평상시와 다른 돌발상황을 인지하고 이를 감지해내는 차세대형 CCTV인 셈이다. 또 네덜란드에서는 소리를 듣는 CCTV도 개발되었다. 마이크가 장착된 이 CCTV는 사람들의 목소리까지 잡아내어 골목길 등에서 미리 경찰이 출동하여 사전에 불상사를 막는 것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사생활 침해 등의 논란은 잠시 접어두고서라도 저비용 고효율의 감시카메라는 상당한 이점들을 갖고 있다. 더구나 계속 개발되고 있는 지능형 CCTV는 사람들의 작은 잘못 하나하나까지 모두 잡아내어 수준 높은 치안 상태를 유지하는데 일조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런 감시카메라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거두절미하고 너무 비인간적이란 생각이 든다. 이런 지능형 CCTV를 보고 있자면 몇백 년 후의 인간 사회를 그리고 있는 공상과학 영화가 떠오른다. 사람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모두 감지해내는 촘촘한 CCTV 세상에 살고 있는 영화 속 미래 인간들은 참 불행해보였다. 온몸이 감시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은 인간이기보다는 규율에 정확히 맞춰진 로봇에 가까워보였다.

때론 잘못도 하고 때론 실수도 하는 것이 사람이다.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살짝 신호위반도 해보고 그러다가 숨어있던 경찰에 단속도 걸려보고 이번 한 번만 봐달라며 경찰과 실랑이도 벌여보고, 또 몰래 아파트 구석에서 고등학생들이 삼삼오오 담패를 피다가 경비 아저씨에게 쫓겨 달아나고 그러는 것이 조금은 더 인간적이지 않을까?

요즘처럼 강력범죄가 늘고 있는 무서운 바깥 세상을 보면 물론 감시카메라만큼 좋은 것이 또 없단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감시카메라 또한 이러한 범죄나 마찬가지로 세상을 삭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최소한 술을 걸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골목 구석에서 몰래 노상방뇨할 수 있는 정도의 허술함은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