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는 매우 충격적이고 파격적이었던 사상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기존의 도덕, 지식체계를 완전히 전복시키는 사상을 설파했다. 플라톤 이후의 형이상학부터 기독교 사상에 이르기까지 사상사의 거의 대부분이 니체의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파격적이었던 만큼 니체 그 자신 또한 주위로부터의 맹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인종차별주의자, 나치주의자, 때로는 여성혐오주의자란 오명이 늘 그를 따라다녔던 것이다.

『선악의 저편』 - 제7장 우리의 덕에서도 과연 니체가 기존의 질서를 재구성하고자 주장했던 사상가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그 자신이 적나라하게 여성을 폄하하고 있는 부분을 볼 수 있다. 여성은 천부적으로 부끄러워해야 할 많은 이유가 있다고 했으며, 여성이 학문을 하는 것을 극도로 혐오했다. 또한 여성이 침묵을 지키는 것이 진정 여성의 친구가 되는 길이라 했으며, 근대에 이르러 여성 권익이 향상되는 여러 변화를 일컬어 오히려 여성이 퇴보해가는 과정이라 질책했다. 평소에는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혹은 인용구를 통해 치밀하게 자신의 논리를 펼쳐나갔던 것과는 다르게 노골적으로 여성에 대한 본인의 경험과 편견을 드러내는 부분은 니체 자신이 정말 싫어했던 것처럼 맹신적이고 독단적이기까지 했다.

니체로서는 의외의 모습이었다. 새롭게 근현대를 재정의 하려는 니체는 사라지고 여성에 대한 남성우월주의라는 지루한 전통적 미신만을 그대로 답습하는 니체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당황스러웠다. 몇몇 천재 철학자들이 그러했듯이 니체도 너무 앞선 생각을 갖고 있는 나머지 현재의 사람들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함을 남기고 갔던 것이었을까? 아니면 그도 여성과 같은 부분에 있어서는 어쩔 수 없는 ‘옛날 사람’에 불과했던 것이었을까?

물론 니체는 일정 수준 편견들로 가득 찬 시각으로 여성성을 구성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늘날의 페미니스트들에게는 용인할 수 없는 정도의 편협한 편견들이다. 무엇보다 니체 자신의 유년 시절과 여성 경험에 의해 여성에 대한 여러 특성들이 서서히 굳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남성과 여성의 본성, 즉 근본적인 남성성과 여성성을 완전히 다른 특성으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근대에 이르러 여성들이 권익 신장을 주장하고 지금까지 여성의 의무, 임무에 속하지 않았던 것들, 니체의 예로는 학문을 하는 것 등에 여성이 진출하는 것은 여성이 여성의 본성, 본능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재밌는 것은 니체가 규정한 여성성 그 자체의 내용이다. 니체는 여성에게는 진리만큼 낯설고 불쾌하고 적대적인 것이 없다고 하였다. 그런데 남성들이 ‘여성 자체’를 계몽시킴으로 인해 세상이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진보하고 있다고 믿었다. 다시 말해, 다소 감정적이고 어리석음을 갖고 있다고 해도 이런 여성성이야말로 니체가 강조하던 디오니소스적 요소에 속하던 가치였지만 이런 여성성을 가진 여성들이 그만 남성과 남성성에 대한 두려움을 걷어낸 채 계몽되고 있다는 점을 안타까워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더구나 니체는 여성들이 남성들에 의해 높은 곳에서 그들에게 잘못 내려와 갇혀있는 새처럼 취급되어왔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그동안의 여성성이 남성의 계몽, 진보, 이성으로 인해 규정되어지고 속박되어져왔다는 것이다.

물론 『선악의 저편』에서 니체를 페미니스트들의 비판으로부터 구해내기에는 여전히 모호한 부분이 많다. 비록 남성성과 여성성의 구분에 있어 그가 평생 깨고자 노력했던 이분법적 시각을 버리지 못한 점은 아이러니로 남지만, 그가 여성을 진리라 비유하고 학문하는 남자들을 역겨워했던 것처럼 한편으로는 니체가 생각했던 여성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