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강남 클럽 사진 유출'이 포털의 인기 검색어에 오른 적이 있었다. 이후 뉴스에까지 다뤄지고, 세간에 회자되면서 한동안 너무 문란한 것이 아니냐 혹은 요즘 세대들의 너무 음란한 문화를 즐기는 건 아니냐 많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 사진들이 정말 문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클럽이나 나이트는 이미 젊은 세대들의 문화 키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클럽, 나이트를 빼놓고는 젊은 세대들의 밤문화를 논할 수가 없을 정도. 한동안은 퇴폐적이고 불건전한 곳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그런 부정적인 이미지들마저 점점 사그러들고 있는 추세다.


그리스 시대에도 이렇게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쾌락을 탐하는 자유분방한 행태가 있었다. 그리스 근처의 트리키아인들이 모시던 신이 디오니소스였는데 이 디오니소스는 (유흥에 빠져선 안 될) 술의 신이었다. 트리키아인들은 일찍부터 포도주 제조법을 알고 있었는데, 이들은 사람이 술에 취한 상태, 혹은 광기를 신성한 것으로 여기기도 했다. 이런 트리키아인들의 디오니소스 숭배가 그리스인들에게도 전해졌고, 그리스인들은 정기적으로 야생 동물을 날로 찢어 먹고, 밤새 술에 취해 춤을 추고 음악을 즐기면서 육체적, 정신적 도취 상태를 만끽하게 되었다. 후에 이것은 여러 공연극의 모태가 된 '디오니소스 축제'로 계승되기도 한다.


사실 엄숙한 율법자들의 땅이었던 그리스에서 디오니소스 숭배가 성행했던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문명이 급속히 발전한 여느 사회와 마찬가지로 그리스인들, 적어도 특정 부류의 그리스인들은 원시성을 갈망하고, 당대의 도덕이 허용하는 수준 이상으로 본능에 충실하고 정열적인 삶을 동경했다. 감정보다 절제가 훨씬 개화된 남녀에게 합리성은 지루하기 짝이 없고 덕이란 부담스러운 예속으로 느껴지는 것은 당연했던 일. 문명 사회의 테두리 안에서 법, 관습, 종교를 통해 충동과 본능을 억제해야만 했던 그리스인들은 디오니소스 숭배 의식을 통해 마음 속 깊이 누르고 있던 욕구에 대한 갈증을 해소했던 것이다.


자연은 연속성을 특징으로 한다. 자연에 불연속이란 것은 없다. 개울 물이 계속 흐르듯 해가 뜨면 달이 지고 달이 뜨면 해가 지고 모든 것이 연속적으로 흐를 뿐이다. 하지만 문명이란 건 불연속의 연속이다. 모든 것이 인위적으로 단절된다. 시간도, 공간도, 사람도, 감정도 모두 사람이 정해놓은 불연속에 의해 매듭지어지고 끊기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 인간들 또한 자연의 일부라는 것. 문명의 불연속 속에 살고 있는 우리 인간들은 한편으로 자연의 연속성으로 돌아가고 싶은 의지를 갖게 된다. 먹고 싶은대로 먹고 자고 싶은대로 자고, 윗사람에게 대들고 싶고, 또 '광란의 밤'을 지새우고 싶기도 하다.


금요일 밤마다 클럽에서 땀과 물에 흠뻑 젖어 춤을 추고 잔뜩 취하고 이성과 쾌락을 즐기는 젊은이들, 그들은 수천 년 전 디오니소스를 숭배했던 그리스인들의 후예나 다름없을 것이다. 단지 시대가 달랐을 뿐 나날이 갈증만 더해가는 문명 사회에서 자연의 연속성을 그리워했던 건 오늘의 클럽 죽돌이나 수천 년 전 그리스인들이나 마찬가지였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