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브라질에서 공을 잘 차던 어린 유망주들은 공격수로 키워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판도가 바뀌었다. 어려서부터 재능을 보이는 유망주들은 공격수보다는 중앙 미드필더로 길러지고 있다.

과거에는 '스트라이커'란 용어처럼 결정적인 한 방으로 경기를 끝내버릴 수 있는 공격수 포지션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때문에 팀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선수는 주로 공격수를 맡았다. 하지만 토털 사커(전원 공격과 전원 수비)와 허리 싸움이 중요해진 현대 축구에서 경기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팀의 중원을 이끄는 중앙 미드필더의 자질이다.

그 중에서도 '볼란치'라 불리는 수비형 미드필더는 현대 축구 전술의 핵심이다. 이번 아시안컵 대회에서 우리 대표팀이 큰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번 대회 중원을 도맡은 이용래와 기성용은 히딩크 시절의 김남일-유상철 계보를 잇는 수준 높은 경기력으로 상대를 압도하고 있다. 이란전에서도 네쿠남-테이무리안 라인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사실 네임벨류만으로도 아시안컵 출전국들 중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의 무게감을 지닌 이란의 중앙 라인이었다. 

기성용의 변신은 성공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원석이 다듬어져 보석이 되는 과정처럼 톡톡 튀고 날카로운 맛은 덜해졌지만 그만큼 안정감이 더해졌다. 소속팀 팬들로부터 '리틀 싸비(알론소)'라 불릴 만큼 수비 라인 바로 앞에서 공을 뿌리고 공격을 시작하는 능력이 한층 성숙해졌다. 상대의 공격 저지에도 적극적이 되었다. 상대의 역습 시에는 카드를 받지 않을 정도의 적절한 파울로 공격의 맥을 끊어놓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더구나 해가 갈수록 영글고 있는 킥력은 세트플레이 때마다 이정수나 황재원의 머리 위에 정확히 공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란전 맨오브더매치(MOM)로 뽑힌 선수는 결승골의 주인공인 윤빛가람이나 늘 위협적인 돌파를 보여줬던 박지성도 아닌 이용래였다. 체격이 좋거나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것도 아니고 또 그다지 화려하지도 않지만 엄청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항상 공격과 수비의 균형을 맞춰주었다. 구자철과 기성용의 사이에서 자칫 동선이 겹치거나 역할을 잃기 쉬웠음에도 불구하고, 120분 내내 적절한 간격 유지와 공간 창출로 공격의 활로를 트여주었다. 또한 수비시에는 정말 미친듯이 뛰어다니며 상대를 압박했다.(이란 선수들은 정신 없이 뛰어다니는 '미친개' 두 마리를 상대해야 했다. 한 마리는 백넘버가 7번인 미친개, 다른 한 마리는 백넘버가 6번인 미친개.)

화요일에 치뤄지는 일본전에서도 이 둘의 활약이 기대된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은 짧게 짧게 전진하는 특유의 패스 플레이로 공격의 주도권을 잡아가는 팀 컬러를 갖고 있는 만큼 중원 싸움에 따라 경기의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원을 장악한다면 롱볼 능력이나 피지컬에서는 우리 대표팀이 일본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에 예상 외로 경기를 쉽게 풀어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