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효과와 소득효과


어떤 상품의 가격 변화가 있을 경우 소비자는 그 재화를 다른 재화로 대체하여 소비할 수 있다(대체재에 대한 논의는 다른 포스트 대체제와 보완재에서 읽을 수 있다). 이렇게 다른 재화를 대체하여 발생하는 재화의 수요량 변화를 대체효과라고 한다. 예를 들어, 사과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자들은 사과 대신 사과와 동일한 효용을 주는 배를 대신 소비할 것이다. 때문에 사과의 수요량은 감소하게 된다. 반대로 사과의 가격이 하락하면 소비자들은 배를 사과로 대체하기 때문에 사과의 수요량은 증가하게 된다.


소비자의 명목소득에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어떤 상품의 가격이 변하게 되면 소비자의 실질소득에 변화를 가져온다. 가령 지금의 경우처럼 원유 가격과 환율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국내 휘발유 값이 폭등한 경우, 그만큼 소비자들은 월급에는 변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보다 휘발유 구매에 큰 부담을 느끼게 된다. 명목적인 소득(월급)은 변화가 없었지만 휘발유 값이 상승하면서 실질적인 구매력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어떤 상품 가격의 변화로 실질소득이 변화하여 그 상품에 대한 수요량이 변하는 정도를 소득효과라고 한다. 정상재의 경우 가격이 상승하면 실질소득이 감소하게 되고 이에 따라 수요량이 감소한다. 반면, 열등재의 경우 가격 상승은 실질소득을 감소시켜 열등재의 수요량을 증가시킨다.


정상재의 경우


가격 변화에 따른 수요량의 변화(가격효과)는 대체효과와 소득효과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사과 가격이 상승하면 대신 배를 소비하는 대체효과로 인해 사과의 수요량은 감소한다. 여기에 소득효과로 인해 사과의 수요량은 추가적으로 더 감소하게 된다. 반대로 사과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 대체효과로 사과의 수요량은 증가하게 되고 소득효과로 인해 사과의 수요량은 추가적으로 더 증가한다. 이처럼 정상재의 경우에는 대체효과와 소득효과가 같은 방향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수요곡선은 우하향의 형태로 나타난다.

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량의 변화: 정상재의 경우



열등재의 경우


반면, 열등재의 경우에는 가격 상승에 따른 대체효과와 소득효과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한다.[각주:1] 열등재의 경우, 가격의 상승은 대체효과에 따라 수요량을 감소시킨다(다른 포스트 정상재와 열등재 참고). 그러나 가격 상승으로 실질소득이 감소하면 그만큼 열등재의 수요량은 오히려 증가한다. 즉, 가격의 상승에 따른 수요량의 변화는 대체효과에 따른 수요량의 감소와 소득효과에 따른 수요량의 증가의 합이 된다. 열등재의 경우 가격상승에 따른 수요량의 변화는 대체효과와 소득효과의 상대적인 크기에 따라 감소할 수도 있고 증가할 수도 있다. 만약 대체효과가 소득효과보다 크다면 전형적인 우하향의 수요곡선 형태처럼 가격 상승은 수요량을 감소시킨다. 하지만 소득효과가 대체효과보다 크다면 열등재의 가격 상승은 수요량을 증가시킨다. 이러한 경우에는 정상재와 달리 수요곡선은 우상향이 되고 일반적인 수요의 법칙은 유효하지 않게 된다.

가격 상승에 따른 수요량의 변화: 기펜재의 경우


이와 같이 가격이 상승하면 오히려 수요량이 증가하는 재화를 기팬제(Giffen goods)[각주:2]라고 한다. 즉, 기펜재는 열등재 가운데 소득효과가 대체효과보다 큰 경우에 해당하는 재화이다. 따라서 열등재는 모두 기펜재가 아님을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기펜재는 모두 열등재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바탈리오의 실험


바탈리오와 몇몇의 학자들은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통해 기펜재가 과연 실재하는가에 대한 실험을 해보았다. 그들은 실험대상 쥐들을 하루 3시간씩 특정한 우리에 옮겨놓고 소득과 가격의 변화에 대해 이들이 어떤 반응이 보이는 가를 관찰했다.


우리 안에는 두 개의 손잡이가 있는데, 쥐가 어떤 손잡이를 누르냐에 따라 각각 다른 음료를 얻을 수 있게 된다. 하나의 손잡이를 누르면 루트비어(root beer)라는 음료가 나오는데, 쥐들은 단맛의 이 음료를 매우 좋아한다고 한다. 다른 손잡이를 누르면 소량의 키니네를 섞은 물이 나오는데, 수분 섭취를 위해 할 수 없이 마시기는 하지만 쓴맛이 있어 좋아하지는 않는다. 쥐들은 이 우리에 있을 때만 수분을 섭취할 수 있어 오직 이 두 가지의 수분 공급원에만 의존해야 한다.


그런데 바탈리오와 학자들은 쥐가 손잡이를 누를 때마다 음료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횟수에 한해 음료를 얻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 횟수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이 마치 소비자의 소득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그 횟수를 변화시킨 다음, 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해 소득효과를 알아내려 했다.


한편 쥐들이 직면하는 가격은 각 손잡이를 눌렀을 때 얻는 수분의 양에 의해 결정된다. 그들은 손잡이를 한 번 누를 때 얻는 루트비어의 양이 언제나 키니네를 섞은 물의 양보다 작도록 만들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루트비어가 키니네 섞은 물보다 가격이 더 높은 것으로 인식하도록 만들려고 했던 것이다. 예컨대 한 번에 얻는 루트비어의 양이 0.05cc이고 키니네 섞은 물은 0.1cc라면 이 둘 사이의 가격비율은 2:1이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은 실험을 통해 쥐들이 키니네 섞은 물을 일종의 열등재로 인식한다는 사실을 관찰했다. 그리고 키니네 섞은 물의 가격을 올리면 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를 관찰해 보았다. 그 가격을 올린다는 것은 손잡이를 한 번 눌렀을 때 얻는 키니네 탄 물의 양을 줄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쥐들이 키니네 섞은 물이 나오는 손잡이를 누르는 횟수가 예전보다 더 작아지는 반응이다. 이것이 바로 수요의 법칙과 상응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실험대상이 된 여섯 마리의 쥐 중 세 마리가 예상과 달리 예전보다 더 자주 키니네 탄 물이 나오는 손잡이를 누르는 반응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즉, 키니네 섞은 물의 가격이 올라가자 수요량을 종전보다 더 늘리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 세 마리의 쥐들에게는 키니네 섞은 물이 마치 기펜재와 같은 의미를 갖고 있었던 셈이다. 이와 같은 실험을 통해 사람의 경우에는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없었던 기펜재가 동물의 경우에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위치재


위치재(지위재, positional goods)란 다른 사람들이 소비한 것과 상대적인 맥락에서 그 가치가 결정되는 재화와 서비스를 말한다. 일례로 사교육 서비스의 수요는 여타 다른 상품들과는 달리 그것의 가격과 아무런 연관을 갖지 않는다. 즉, 학원비의 가격을 보고 자녀를 학원에 보내기보다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학원에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자녀 또한 학원에 보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교육 서비스는 남들이 이를 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본인도 받아야 한다는 성격이 강하다. 보석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이 갖고 있는 보석이 '좋은' 것인지의 여부는 다른 사람들이 갖고 있는 보석과 비교해서 어떤지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가 '좋은 차'나 '좋은 옷'이라고 부를 때도 다를 바 없다.


개인은 위치재를 소비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함에도 불구하고 위치재를 소비하기 전이나 후나 그의 만족의 정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이럴 경우 위치재에 쓰인 돈은 낭비된 것이라 해도 무방하다. 결국 어떤 사회에서 위치재에 대한 선호가 강할 때 그 사회는 위치재를 최적수준보다 과잉생산, 과잉소비하게 된다. 그만큼 자원이 불필요한 데에 소모된다는 이야기다.



참고자료

『미시경제학』, 이준구, 2008, 법문사

『현대 경제학원론』, 김대식, 노영기, 안국신, 2007, 박영사

『경제학의 ZIP』, 김진욱, 2007, 네오시스

「가격효과와 기펜재」, 김철환, 2010, 네이버캐스트


  1. 소득이 증가할수록 수요가 감소한다는 열등재의 특징 때문이다. 특정한 열등재의 경우 수요곡선이 일반적인 형태와는 다르게 우상향으로 도출되는 경우는 바로 이러한 특징으로부터 비롯된다. [본문으로]
  2. 영국의 경제학자 기펜(Giffen)이 발견했다고 해서 기펜재라 불린다. 기펜은 아일랜드의 감자 가격이 내려갔음에도 불구하고 감자의 수요는 오히려 감소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일반적인 수요의 법칙이 성립하지 않는 재화들을 연구하였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