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차대전을 겪으면서 미국은 일자리 부족과 높은 물가라는 두 가지 두통거리에 시달리고 있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은 트루먼이었는데, 트루먼의 경제보좌관은 경제문제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때 항상 두 팔을 사용하여 대통령으로 하여금 선택을 하도록 했다. 한쪽 팔로는 물가를 잡을 것을, 다른 한쪽 팔로는 실업을 잡을 것을 요구했다. 이에 트루먼은 선택의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 경제보좌관에게 다음에 올 때는 한쪽 팔을 떼어 오라고 농담을 했다고 한다.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 정부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긴축 기조로 전환된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시중에 넘치는 돈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중에 화폐 공급이 줄어들면 이자율은 상승한다. 시중에 돈이 줄어들고 이자율이 올라가면 소비수요와 투자수요가 감소한다. 이와 함께 긴축적인 재정정책으로 정부의 재정지출도 감소하게 되고 결국 총수요가 감소한다. 수요가 감소하면서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는 팔리지 않고 재고로 쌓이게 된다. 상품의 가격이 하락하고, 기업은 재고가 쌓이니 생산을 줄이고, 결국 고용이 감소한다. 물가는 안정될지 모르지만 실업자는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불황이 지속되고 실업자가 증가하면 정부는 돈을 풀고 정부지출을 확대한다. 부족한 민간 부문의 수요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지출을 늘리는 것이다. 정부지출이 늘어나면 총수요가 증가함으로 새롭게 일자리가 창출되고, 실업자 수가 줄어들게 된다. 또한 정부가 확대적인 재정정책을 실시하면 시중에 돈이 풀리기 때문에 물가가 올라가고 이자율을 하락한다. 이에 기업의 투자가 살아나고 생산이 확대되면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실업률은 하락하는 것이다. 결국 실업률 감소는 인플레이션의 증가와 맞바꾼 셈이다.


필립스곡선

필립스 곡선


뉴질랜드 출신의 영국 경제학자인 필립스(A.W.Philips)는 1958년에 영국의 저명한 경제학술지인 「Economia」에 발표한 논문("1861년~1957년 영국의 실업률과 명목임금 변화율")에서 임금변화율과 실업률 사이에 역의 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그의 논문에 따르면 실업률이 낮은 해에는 임금상승률이 높고, 실업률이 높은 해에는 임금상승률이 낮다는 것이다. 1960년대에 들어와 립시(Lipsey)를 비롯한 여러 학자에 의해서도 명목임금상승률과 실업률 간에 안정적인 역의 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필립스는 임금인상률이 생산성 증가율과 인플레이션율을 반영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생산성에 큰 변화가 없다면 임금인상률은 인플레이션율과 일치한다. 그 이후의 연구에서는 명목임금상승률 대신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율)로 대체한 연구가 주로 이루어졌고, 현재는 인플레이션율과 실업률 간에 역의 상관관계를 나타내는 곡선인 필립스곡선(Philips Curve)이 널리 쓰이고 있다. 필립스곡선은 인퓰레이션율()과 실업률() 사이에 존재하는 역의 관계를 나타낸다.


실제실업률, 자연실업률)



필립스곡선이 우하향하므로 실업률을 낮추면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고,[각주:1] 인플레이션율을 낮추려면 실업 증가를 감수해야 한다. 즉, 우하향의 필립스곡선은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을 동시에 달성할 수는 없음을 의미한다. 필립스곡선은 실업률이 높을 때는 그 기울기가 완만하지만 실업률이 낮을 때는 기울기가 급경사를 보인다.


필립스곡선은 그 당시 주류를 형성하던 케인즈학파에 의해 매우 유용한 모형으로 받아들여졌다. 필립스곡선이 안정적이라면 이는 어느 한 경제가 선택할 수 있는 인플레이션율과 실업률의 조합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결국 케인즈학파는 필립스곡선이 주어지면 정책당국은 사회후생이 극대화되는 인플레이션율과 실업률의 조합을 찾아내어 그 점에 도달할 수 있는 정책을 실시하면 되는 것으로 보았다. 즉, 케인즈학파는 우하향의 필립스곡선을 재량적인 안정화정책(미조정, fine-tuning)[각주:2]의 당위성을 보여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출현

스태그플레이션의 출현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실증적인 분석에 따르면 필립스의 주장대로 인플레이션율과 실업률 간에 안정적인 역의 관계가 관찰되었다. 하지만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인플레이션율과 실업률이 동시에 높아지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현상이 발생하였다. 인플레이션과 실업 사이의 역의 관계를 나타내는 필립스곡선을 인정해오던 경제학자들에게는 매우 당혹스러운 현상이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인플레이션율과 실업률이 모두 상승하므로 

필립스곡선 자체가 우상방으로 이동한다.


이에 케인즈학파 경제학자들은 스테그플레이션을 급격한 원유가의 상승으로 인한 비용 인상이 경제의 총체적인 공급을 위축시켜 발생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즉, 석유 파동과 같은 원자재 가격의 인상에 따른 공급충격으로 총공급곡선이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물가상승과 산출량 감소가 동시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는 필립스곡선이 제시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율과 실업률 간의 역의 관계가 항상 안정적인 것만은 아님을 의미한다.





참고자료

『거시경제론』, 정운찬, 김영식, 2008, 율곡출판사

『현대 경제학원론』, 김대식, 노영기, 안국신, 2007, 박영사

『거시경제학』, ManKiw, 이병락 옮김, 2007, 시그마프레스

「스태그플레이션」, 김철환, 2010, 네이버캐스트


  1. 필립스곡선이 우하향하기 때문에 실업률이 낮을 때에는 실업률이 높을 때보다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훨씬 더 높은 물가 상승을 무릅써야 한다. [본문으로]
  2.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을 적절하게 사용함으로써 경제를 안정된 상태로 유지시키려는 정책을 말한다. 케인즈학파는 미조정을 통하여 경제를 안정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