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하게 말해 한국 축구의 미래는 밝지 않다. 히딩크 세대에서 정점을 찍은 이후 끊임없이 내리막을 걷는 듯한 느낌이다. 이제는 아시아 팀들을 상대하면서도 점유를 포기하고 실리축구를 하는 팀이 되어버렸다.  이란이나 일본을 상대한 것도 아닌데도. 2002년 이후 투자도 활성화되고 유소년 시스템이나 인프라 같은 저변도 좋아지면서 많은 기대가 있었지만 정작 그 효과는 전혀 나타나고 있지 않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중동리그(요즘엔 중국리그도 매한가지)에 있다. 과거에는 J리그 클럽들이 그랬던 것처럼 최근에는 중동 클럽들이 오일머니를 앞세워 국내 실력파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다. 거액의 이적료를 받는 K리그 클럽들은 물론이고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들의 입장에서도 중동행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중동리그가 선수 기량 발전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중동은 전체적인 리그 수준도 낮은 편이고 리그 내의 격차도 크다. 팀별 전력차이도 많이 나고 용병과 자국 선수들의 수준차도 크다. 석유재벌 구단주 덕분에 영입된 한물 간 용병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사실 그 용병들도 열심히 뛰진 않는다. 커리어를 위해 중동에 온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이 중동에 가는 건 단지 선수 황혼기에도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리그에서 무슨 기량 향상이 있겠는가.

축구는 수준급 선수 한두 명 있다고 해서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번 우리팀도 기성용, 손흥민 같은 뛰어난 선수들이 있었지만 그 선수들과 그들을 받쳐주는 선수들과의 수준 차이가 컸다. 특히 중동리그 출신들은 오히려 기량이 뒤로 가버린 느낌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중동이나 중국은 K리그보다도 못한 평가를 받는 리그다. 한 마디로 국내에서 난다 긴다 하는 선수들이 돈 때문에 더 낮은 급의 리그로 팔려가고 그곳에서 기량이 정체되고 있는 것이다. 프로의 세계에서 금전적인 면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유럽이나 남미 레벨의 수준과 점점 더 멀어져가는 대표팀을 봤을 땐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