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은 그 과정이 시끄럽게 알려졌을 뿐이다. 그와 똑같은 차순을 밟았던 이들은 수도 없이 많다. 같은 연예계를 봐도 한국 국적을 포기한 채 국내에 영주하는 연예인은 많다. 주로 해외 시민권을 취득한 교포 2세 혹은 유학생들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경로다. 국적이 없더라도 대부분 한국인 배우자를 두거나 직장이 한국에 있기 때문에 한국에 영주하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실 국적만 없을 뿐이지 죽을 때까지 이곳에서 경제활동을 하고 세금도 내고 온갖 권리와 의무를 영위한다. 이렇게 한국에 살면서도 굳이 외국 시민권자가 되려는 건 딱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바로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서다.

그 중에서도 질이 좋지 않은 건 후천적으로 해외 시민권을 획득하여 한국 국적을 상실한 자들이다. 사실 교포 2세, 3세들에게는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모국이란 의미를 출신 국가로 정의하는 건 좀 후진적인 분류법이긴 하지만) 그들에게 한국은 모국이 아니다. 애초부터 그들에게 병역을 이행해야 할 의무가 주어졌던 게 아니란 얘기다. 그들에게 병역이란 의무가 아니라 선택에 불과하다. 반면 국내에서 태어나고 상주하면서도 병역 이행을 포기함으로써 국적이 상실된 후천적 해외 시민권자들은 경우가 다르다. 이들은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해외 시민권을 빌린 셈이다. 전형적인 탈법행위다.

하지만 이들을 대하는 대중의 태도는 미지근하다. 유승준에게는 온갖 욕짓거리를 쏟아내면서도 똑같은 과정을 거쳐 병역에서 탈출한 타블로나 이현도에겐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엄하디 엄한 대중임에도. 물론 연예계만 그런 건 아니다. 사회 전반이 그렇다. 그래서 더 문제다. 원정출산이든 유학이든 병역 기피성 국적상실자가 넘쳐나고 있지만 이 문제에 신경쓰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뭐랄까, 일부를 위한 편법 경로를 은밀하게 남겨두고 있는 셈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