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소설이 좋은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예술성과 메시지 사이에서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필요하다. 문학적인 가치만으로도 손색이 없고 동시에 세상에 대한 작가의 시각이나 문제제기 또한 명확히 드러나야 하는 거다. 따라서 좋은 작품이란 두 극 사이에서의 적절한 지점, 그러니까 너무 직접적이지도 않고 너무 비유적이지도 않은 그런 위치에 놓여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균형을 잃은 작품이다. 문학보다는 르포에 가깝기 때문이다. 소설로서의 비유나 풍자는 없고 세태 고발만 있을 뿐이다.

그러다보니 지독히 현실적인 문제를 주제로 삼고 있으면서도 작품 자체는 사실적이지 못하다. 문학적인 디테일에는 아쉬운 면이 많기 때문이다. 일례로 작품 속 어린 학생들은 어휘 몇 가지만 최근의 은어들로 대치되었을 뿐(작가와 인물의 세대차는 고스란히 은어에 대한 작가의 집착으로 전가됐다) 여전히 '태백산맥' 때의 인물들에게나 어울릴 법한 말투를 쓰고 있다. 남발된 은어와 예스런 말투의 조합은 좀 끔찍했다.

전반적으로 소설 치고는 완성도가 아쉽다. 문제의식이 옳다고 해서 작품마저 고평가되는 건 어느 장르건 내 취향이 아니다.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소설의 형식을 빌렸다면 기본적인 작품성을 갖출 때 의미가 있다. 그렇지 않고 너무 직접적이기만 한 건 유치하게 느껴진다. 깊이 있는 자료 분석이나 현장 취재를 생각해보면 차라리 소설보다는 에세이 형식으로 문제를 다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