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의 한국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외국 문학을 읽을 때와는 조금 다른, 기실 어떤 영혼의 돈독한 교류랄지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모국의 소설이라는 것은 당연히 모국어로 쓰인 이야기이므로, 내가 사용하는 언어로 동시대의 배경과 인물, 사건이 흥미로이 펼쳐지는 또 한 세계를 맞닥뜨려 공유하는 일은 경이롭습니다. 이를테면 이것은 단순히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닌, 소설가와 나누는 어떤 다감하고도 농밀한 대화, 라는 착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적 배경을 공유하며 내가 보았음 직한, 겪었음 직한 인물과 사건들을 소설가는 이야기하니까요."

염승숙 작가가 말한대로 모국의 문학이 아닌 외국의 문학을 이해할 때 생기는 문제는 단지 언어적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개별의 작품이 그리고 있는 배경을 접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비롯되는 문제가, 다시 말해 그 맥락을 온전히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에 오는 어려움이 훨씬 크다. 가령 내가 프랑스 소설을 읽을 때는 일차적으로 불어가 국어로 번역되면서 소실되는 가치들이 있을 것이고, 또한 그 소설의 배경이 되는 그 시대 그 프랑스의 세계를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반감되는 가치들이 있을 것이다. '미생'이란 만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가 느끼게 되는 감상들을 외국 사람들도 똑같이 느낄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는 것처럼, 나 또한 쿤데라가 묘사하고 있는 수십 년 전 체코의 분위기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는 것이다.

모든 시간에 모든 공간에 존재할 수 있는 건 신밖에 없다. 고로 신 같은 존재가 나타나서 세상의 모든 작품들을 모국의 작품으로 읽고 그것을 평가하고 줄을 세우지 않는 이상, 물론 신이 어떤 작품을 두고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모두가 그 생각에 동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각 국의 문학 작품을 비교하고 서열화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영미나 서구의 언어권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언어를 갖고 있는 우리한테 그 한계는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고로, "우리끼리 문학을 즐기면 되지, 상을 받고 말고가 뭐가 중요하냐. 문학이 올림픽도 아닌데."라고 말한 유시민의 말은 꼭 새겨들어야 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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