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무심코 유리벽을 보다가 한쪽에 붙어 있는 안내문을 발견했다. 꽤 큰 종이 사이즈에 굵은 글씨로 뭔가가 열심히 적혀져 있길래 찬찬히 읽어보니 최저임금이 인상됨에 따라 경비원으로 하여금 대폭 늘어난 무급 휴게시간을 갖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조정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기존의 임금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셈이다.

어쩌면 일부 사람들이 우려했던 대로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 사회에서 시기상조였을지도 모른다. 소득수준이 아니라 의식 수준의 차원에서 말이다. 당장 자신이 받는 급여가 오르는 건 쌍수 들어 반기면서도 본인이 지불해야 할 임금이 오르는 건 용납하기 힘들어 하는 사람들. 회색빛 아파트만큼이나 메마른 감수성을 가진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눈앞에 보이는 당장의 몇 푼뿐이다. 집주인 혹은 입주자란 갑들이 싸구려 근성을 앞세워 한 푼 두 푼에 집요함을 보일 때마다 결국 그만큼의 대가는 고스란히 경비원 같은 을들의 몫으로 치러져야 한다는 게 갑갑한 현실.

경제적인 여유를 가진 이들이 그만큼의 내적인 여유를 갖지 못한 탓이고, 그 두 여유 사이의 간극만큼 이 사회의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고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