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오르는 고가의 미술품이나 유명한 빈티지의 와인이 아니다. 한정된 채굴량을 가진 가상의 화폐에 투기성 자금이 쏠리면서 일시적으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일 뿐. 지금 얻을 수 있는 시세차익은 뒤이어 발을 넣는 신규 투자자들의 자금을 당겨 먹는 것에 불과하다. 그래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건 기대심리로 형성된 거품이 잠시나마 꺼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기 때문. 결국 튤립버블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는 셈. 이를 알면서도 ‘나는 걸리지 않겠지’하는 막연한 심정으로 폭탄 돌리기에 동참하고 있는 건데, 언제 거품이 꺼지고 폭탄이 터질지는 며느리도 모른다는 사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비트코인이야말로 거품 때문에 등장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전후해서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국들이 집착하기 시작한 게 양적완화인데, 이는 간단히 말해 통화량을 증가시킴에 따라 일어나는 버블경제로 불황을 메워버리는 방법이다. 문제는 그 버블이 커질수록 달러나 엔화 등 주요국의 불환화폐의 가치는 하락한다는 점에 있었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증쇄가 불가능한 비트코인이 출현하게 된 것이다. 결국 거품이 싫어서 만들어졌는데 거품을 일으키고 있는 셈. 비트코인의 가치는 스스로 버블을 키우면서 자멸의 길을 걷고 있는 현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대안으로서, 하나의 환기적인 시도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블록체인 같은 개념은 나 같은 문돌이에게는 아직 어려운 분야라 스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