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는 만족할 줄 모르고 타인의 인정을 통해서만 만족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인정욕구라는 건 누구에게나 있다. 다만 과도한 인정욕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어떤 성취를 이루어놓고도 그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 남들이 그것을 알아줄 때에만 비로소 만족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TV에 나온 유명한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하면서 그 장면을 사진으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려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가장 흔한 사례다. TV를 보며 기대하던 음식을 직접 먹게 돼서 신기하고 즐거운 만족보다는 남들에게 그 유명한 음식을 직접 먹어봤다는 사실을 알리고 그에 대한 사람들의 피드백에 비로소 만족할 수 있는 것이다.

매슬로우의 5단계 이론에 따르면 이들은 4번째 단계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다. 최종단계인 진정한 자아실현 혹은 자기만족에는 이르지 못하고 오로지 타인의 인정을 매개로 욕구가 충족될 수 있는 단계에 정체되어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공개적으로 기부를 할 때보다 남들 모르게 기부했던 사실이 우연찮게 알려졌을 때 우리는 더 큰 박수를 치게 된다. 남들 모르게 기부를 한다는 게 훨씬 더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남들 모르게 기부를 하는 사람들이 어떤 의무감에 기부를 하는 건 절대 아니다. 남들이 그 사실을 알고 모르고를 떠나서 단지 본인이 일정한 사회적 기여를 했다는 의미만으로도 자부심과 만족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이다. 물론 그 경지에 오르기까지는 매슬로의 전 단계를 다 섭렵(?)해낼 수 있는 상당한 내공이 필요하지만.

문제는 이런 사람 주변에 있으면 상당한 피로감을 느낀다는 점이다. 이들은 관계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자기과시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축구를 할 때 이런 사람이 같은 팀에 있으면 있는 대로, 다른 팀에 있으면 있는 대로 피곤해진다. 같은 팀에 그런 사람이 있을 경우 이런 사람은 대게 자신의 실력을 과시할 기회만을 찾기 때문에 혼자 축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 혼자 돋보이는 순간만을 즐길 줄 아는 것이다. 반대로 상대 팀에 이런 사람이 있어도 골치 아픈 건 매한가지다. 이런 사람은 타인을 매개로 만족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승부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재밌게 공을 차자는 취지로 모인 모임에서 혼자 축구를 하든 과도한 승부욕을 보이든 양쪽 모두 피곤할 뿐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따로 있다.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다는 건 항상 자신을 지켜보는 타인들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얘기인데, 바꿔 말하면 타인들의 시선이 없으면 스스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얘기다. 즉, 자신의 행동을 결정짓는 가치 기준이 오로지 타인들에게 맞춰져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에게 자신을 지켜보는 타인이 없다면? 스스로만 남겨진다면? 가치 판단에 대한 기준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 양심이란 건 스스로의 행위에 대해 판단하는 도덕적인 의식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양심이 부재한 것이다. 양심만으로는 만족감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보여지는 곳에서의 행동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행동이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흔히 말해서 앞과 뒤가 다른 사람이 바로 이런 유형에 속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