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두둥 뛰어! 두두둥 뛰어! 두두둥 뛰어! 뛰어! 뛰어! 뛰어!
그가 출루하기만 하면 타이거즈 팬들은 신이 나서 목청 터져라 고함을 지른다.
마치 뛸 것을 강요하는 듯한 어마어마한 함성 소리.
상대팀 배터리는 당연히 그에게 지겹도록 견제구를 뿌리지만,
어느 순간 그는 이미 타이거즈 팬들의 함성을 바람삼아 2루에 안착한다.

바람의 아들 이종범. 호남 사람들에게 그는 DJ 못지 않은 존재다.
빨간색 상의에 검은색 하의. 지금은 타이거 우즈나 입고 나올 법한 추억의 유니폼을 입고 그는 수많은 야구팬들을 열광시켰다. 타격이면 타격, 빠른 발이면 빠른 발, 수비면 수비, 이종범을 호타준족이라 부르지만 호타준족은 이종범만을 위한 단어 같았다.
현대 연고지 사태 이후 지금은 프로야구의 연고제가 도시 단위로 정착되었지만, 그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프로야구의 연고지는 도시가 아닌 지역 단위였다. 즉, 해태는 광주와 호남, 삼성은 대구와 경북, 롯데는 부산과 경남 지역을 연고지로 삼고 있었다.
역사적으로 영남 지역에 대해 상당한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호남 사람들에게 삼성이나 롯데 등 강팀들을 꺾고 연일 우승을 차지하는 해태 타이거즈는 지역 연고팀 이상의 존재였다. 블랑코의 탄압을 받던 카탈루냐인들에게 FC바르셀로나가 있었듯이 오랜 시절 독재정권의 탄압을 받던 호남인들에게는 해태 타이거즈는 그들의 자존심이자 자부심이었고, 그 자부심의 선두에는 이종범이라는 야구천재가 있었다.

요즘 일본 프로야구까지 진출해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승엽도 훌륭한 선수임에는 분명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팬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해주었던 이종범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이승엽은 가끔씩 터지는 홈런포로 관중들을 열광시켰지만, 이종범은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그 존재 자체가 관중들에게는 끊임없는 야구쇼였다.

140km. 보통 웬만한 투수들도 스피드건에 찍히기 힘든 공속이다. 하지만 유격수 이종범이 파인플레이를 할 때 1루에 송구하는 공의 속도는 무려 시속 140km를 넘나들었다. 2,3루간 빠지는 안타성 땅볼 타구를 외야 잔디까지 쫓아가서 잡은 다음 투수 못지 않은 강속구로 1루에 송구를 하여 타자주자를 아웃시키는 장면은 지금까지 많은 야구팬들의 뇌리 속에서 잊혀지지 않고 있다.

84와 6. KBO의 한 시즌 최다 도루와 한 경기 최다 도루 기록이다. 최근 시즌 이대형 선수가 50 여개의 도루로 도루왕을 기록하는 것을 보면 84개는 정말 대단한 수치다. 거기다가 한 경기 6 도루라니. 타자가 한 경기에 한 번 출루하는 것도 힘든데 2루든 3루든 가리지 않고 루를 훔쳐 6 도루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정말 혀룰 내두를 수 밖에 없는 대기록이다. 이종범의 쇼는 단순히 안타를 치고 나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내야의 베이스를 발로 밟고 있는 순간 순간이 야구팬들에게는 기대와 긴장의 연속이었다.

0.393. 84 도루라는 대기록을 세웠던 94년 시즌 이종범이 세웠던 또 하나의 대기록, 타율이다. 타율이 2할5푼만 넘어도 한 팀의 주전 타자로서 무난한 평가를 받으며, 3할을 넘기면 팀의 중심 타자로 평가받는다. 흔히 4할은 꿈의 타율이라고 불린다. 그만큼 꿈에서나 볼 수 있는 높은 타율이라 칭하는데 이종범의 이 4할대에 근접한 타율을 기록했었다. 올 시즌에 이현곤이 타율 0.338로 타격왕에 오른 것을 보면 거의 4할대에 육박하는 타율이 얼마나 대단한 타율인지 비교해볼 수 있을 것이다.

196. 30-30. 그 밖에도 야구팬들을 위해 이종범이 펼쳤던 그라운드에서의 쇼는 계속 되었고, 모든 야구팬들은 그를 야구천재, 바람의 아들이라 부르며 그의 쇼를 만끽했다. 최근 WBC에서도 그랬듯, 그는 항상 나와 같은 팬들의 기대에 항상 부응해주었다.

참 다행스럽다. 아니 나에게는 행운이다. 조금만 늦게 태어났어도 이종범 그가 어려운 공을 잡아내 1루로 송구를 뿌리고 안타를 치고 나가 2루, 3루를 훔치며, 찬스 때마다 한 방을 터뜨려주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없었던 세대였겠지만 운좋게 그의 플레이를 실시간으로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가슴으로 즐길 수 있었다.
많은 야구인들에게 설레이는 추억과 야구의 행복을 선사해준 그.
나의 영원한 판타지스타 이종범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