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양이 늘어나면서 그리고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을 때가 많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세상은 이해할 수 없고 무의미한 일들로 가득하다.

제주도행 여객선을 탔다는 이유만으로 익사를 당하고 심지어는 도심의 골목길을 걸었다는 이유만으로 의미 없는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도 있다. 또 세상에 나오자마자 불치병이나 난치병으로 고통만 받다가 단명하는 아기들도 있다.

종교는 모두에게 말한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고. 하지만 불치병에 걸린 아기들에게도 똑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아기나 부모 앞에서 천국 같은 내세를 이야기한다고 그게 어떤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종교를 좋아하지 않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종교는 세상을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모든 건 신의 섭리에 따라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신의 세상에 무의미한 건 있을 수 없다. 아기가 불치병에 걸린 채 태어난 것조차 신의 뜻이 되어야 한다.

이해할 수 없으니까 믿어버리는 것이다. 알 수 없는 심연을 신으로 메워버리는 건 옹색하다. 무책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래 약한 존재다. 약하기 때문에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는 대신 회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종교의 문제는 설교라는 명목으로 세계관을 강요하는 데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을 무책임하게 설명하려 한다. 신의 존재라는 동어반복으로. 그리고 아름답기는커녕 이해조차 할 수 없는 이 세상을 아름다운 세상이라고 강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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