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이 백이고 그 중 열이 내가 공부했던 것이었다.
공부를 계속해서 내 지식을 열에서 스물로 늘린다.
하지만 그 순간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은 백이 아니라 천이 되어버린다.
또 오랜 시간 공부해서 겨우 스물을 서른으로 만들어 놓는 순간,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은 더 이상 천이 아니라 만이 되어버린다.

대학와서 뼈저리게 느낀 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란 말도 있지만 도무지 그 앎이 보이지를 않는다.
넓디 넓은 바다에 발도 아닌 발가락만,
그것도 담그는 것도 아니고 살짝 적시고만 있는 기분이 든다.

겉멋만 들어서 시건방 떠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단지 내가 알고 있는 것에 한에서, 논리있고 명료하고 최대한 많은 글을 써보고 싶다.

흔들거리는 지하철의 소란스러움 속에서도
손에서 두꺼운 책을 놓지 않는 머리 하얀 할아버지처럼
내공이 쌓인 사람이 되고 싶은데, 너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