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국 샌디에고에서 미군 전투기가 민간인 주택에 추락했다는 뉴스 보도가 있었다. 처음에는 미국에서 미군 전투기가 추락했는데 그게 우리나라 헤드라인에까지 나올 일인가 의아했는데, 알고 보니 이 비극적 사건의 당사자가 한인가족이었다. 이 사고로 당시 출근했던 남편 외에 두 아이와 아내, 장모까지 모두 목숨을 잃었다. 텔레비전에 비춰진 남편의 모습은 너무 애처로워보였다. 순식간에 아내와 아이들을 모두 잃어버리게 된 그 가여운 남자는 그저 묵묵히 눈물을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남편을, 아버지를 홀로 남기고 하늘로 떠난 아내와 아이들도, 남겨진 남편도, 딸 도와주러 갔다가 목숨을 잃은 장모도, 그리고 그의 나이든 남편도, 그리고 무엇보다 이 비극에 괴로워할 조종사까지 모두에게 이번 사건은 너무도 가혹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은 희생자들에 대한 미군의 태도. 물론 너무도 당연해야 할 미군의 태도이지만 그동안 그런 자세를 한 번도 보여주지 못했던 군대가 지키고 있는 나라에서 살던 나로서는 희생자들에 대한 그들의 진지한 사과의 자세가 놀라울 따름이었다. 미 공군은 곧바로 군장으로 장례식을 치뤄주고 홀로 남겨진 유가족에게 살 집을 구해주었다. 물론 이 정도까지는 상식 수준에서 어느 군대나 했을 법한 일이다. 하지만 내가 놀라워하는 것은 이러한 단순한 금전적, 일례적 보상이 아니라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진지한 자세이다. 사고 직후 주한미군 사령관(흔히 우리 뉴스에서 많이 보던 특보가 아닌 본인)이 미국으로 출국하여 장례식에 참가해 조의를 표했다. 그것도 모자랐다고 여겨졌던지 우리나라에서 빈소가 차려지자 다시 한 번 빈소를 찾아 영정과 유가족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한편에서는 우리나라와 한인들을 의식한 미군의 의식적 행동이 아니냐는 말이 있다. 하지만 미군이 보여오던 평소 모습들을 본 후에도 그런 의심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주 가까웠던 시기, 우리나라의 예가 있다. 한미FTA 반대 촛불집회가 고조되던 지난 여름, 같은 시각 한강에서는 미군 관계자들이 고무보트를 타고 한강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수색작업을 펼쳤다. 주한미군이 한강 다리에서 자살이라도 했나 싶겠지만, 그들은 무려 50여년 전 한강으로 추락했던 전투기에 타고 있었던 조종사들의 유해를 찾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정확한 위치도 확신하지 못한 채 그저 과거 기록에서부터 추정한 예상만을 가지고 몇 주 동안 작업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최근, 한 책이 발간되었다. 제목은 '돌아오지 않는 내 아들'. 이미 제목에서 눈치챘겠지만 이 책은 군에 간 채 살아돌아오지 못한 아들과 형제를 둔 군의문사 유족들의 기록이다. 몇 년 전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김일병 사건에서부터 최근의 수류탄 사고까지, 이런 사고들은 기사화라도 되었지만 우리가 알게 모르게 군부대에서 사고와 자살 사건들이 끊임없이 발생한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물론 군의 실수로 민간인이 사망한 사건인 만큼 미군에서 더욱 신경을 쓰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이 있겠지만, 그 논리 그대로 조금만 바꾸어 생각해보면 직접 군과 나라를 위해 의무를 다하다가 죽은 군인에 대해서는 그만큼 더욱 더 진지한 대우를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군부대 내에서 사건이 발생할 경우 군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유가족들과의 보상금 '협상'이다. 장성급 고위인사가 직접 조문을 하는 일은 바라지도 않는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는데도 보상다운 보상 한 번 받지 못한 채 가슴앓이를 해야 했던 유공자 유가족들, 자식이 죽었는데도 죽음에 대한 보상은 커녕 명확한 사인조차도 알지 못해야 했던 유가족들, 그리고 공군 훈련 오폭으로 십수 명이 사망했는데도 아무런 국가 차원의 보상도 받지 못했던 매향리 주민들까지.

더 이상 '나라에 돈이 없다'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지금 주변의 관공서와 학교 건물들, 그 어느 빌딩들보다도 으리으리하고 화려하게 지어지고 있다. 물론 이런 건물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우리나라 국가 재정이 유가족들에게 보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상태인지 되묻고 싶은 것이다. 문제는 의지다.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의지'와 '자세'가 잘못되어있는 듯 하다. 경제 선진국이 되는 것도 좋고, 행정구조 선진화되는 것도 좋다. 선진국되겠다는 데 싫은 사람이 어딨겠는가. 하지만 국민소득 4만달러 넘는다고, 경제규모 7위 안에 든다고 진정한 선진국이라 할 수 있겠는가. 일개의 자국 군인 한 명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는 성숙되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서 말로만 선진국, 선진국을 외치는 현실이 자뭇 부끄럽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