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신부감은 예쁜 여교사, 2등은 못생긴 여교사, 3등은 이혼한 여교사, 4등은 애 딸린 여교사". 현 집권당의 대변인이란 사람이 아무 거리낌 없이 내뱉은 말이다. 물론 말한 본인 역시 여자였고, 자리 또한 한 지역의 여성계 인사들과 만남을 갖던 자리였다. 우리 사회의 성의식은 딱 이 수준이다. 더 높지도 낮지도 않고 집권당의 얼굴마담이 이런 발언을 할 수준, 딱 이 정도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굉장히 보수적인 성의식을 갖고 있다. 같은 아시아권인 중국, 일본과 비교하더라도 가장 보수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우리 사회의 보수적이고 금욕적 성의식은 '전통'이란 미명 아래 꾸준히 유지되어왔다. 조금이라도 성적으로 개방적이고 공개적인 면을 보인다면 전통에 반하는 것이라느니, 우리나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느니 하면서 철없는 문란함으로 배격되기 일쑤였다. '남녀칠세부동석' 등으로 대표되는 유교적 성규범에서 성적 쾌락, 자유, 개방 등은 거의 죄악과 마찬가지였고 오로지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성문화만이 우리나라의 이른바 '전통적' 성의식으로 남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전통'에 대해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사실, 우리나라에 지금의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성의식이 자리 잡게 된 것은 조선시대, 그것도 조선시대 초기를 넘어선 시점에서부터다.  '반만 년'의 우리나라 역사 중 기간으로 따지면 겨우 십분지일의 기간 동안의 '짧은' 역사 속에서 자리 잡고 있던 것이다. 이는 현세적 금욕주의만을 강조하는 성리학이 조선시대 주류 사상으로 굳어지게 되면서 조선시대에 상당히 보수적인 성문화, 성 풍습이 새롭게 자리매김한 것이지, 절대 아주 오랜 역사로부터 내려온 유래 깊은 전통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조선시대 이전, 즉 고려시대나 삼국시대, 심지어 고대까지 거스르는 여러 고서들이나 시, 가요들을 보면 지금의 관점에서도 상당히 개방적인 성 풍습, 성문화를 갖고 있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문제는 마치 보수적 성적 관념이 우리 정서의 모든 것인 마냥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보수적 성의식에 대한 지배적인 담론은 일제의 잘못된 억압적 성문화와 결합되어 폐쇄적이지 못해 ‘퇴폐적인’ 모습을 띄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성은 거의 금기나 다름없었다. 성은 절대 공적인 영역으로 들여올 수 없는 부끄럽고 부차적인 대상이었던 대신 철저히 사적으로 은밀히 다루어지고 즐겨져야만 했다. 그 결과가 무엇인가. 좀 번화했다하는 곳엔 어김없이 단란주점, 룸싸롱, 노래방, 모텔 등이 놀이문화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아리, 용산 등 ‘전통적’ 홍등가로는 부족했는지 퇴폐 마사지, 대딸방 등 신종 성산업이 날로 번창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우리나라의 대통령이란 사람이 직접 이런 유흥업소에 세를 주고 있었다니, 말은 다한 듯싶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고려시대까지만 해도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것이었던 여성의 재가는 친절하게 집권당 대변인이 말씀해주시는 것처럼 여성에게 인생의 오점과도 같은 이력이 되어버렸고, 조각이나 그림을 통해 자유롭게 성기표현이나 성 풍습을 즐기던 삼국시대와는 달리 자신의 사이트에 누드 예술 사진을 게재했다는 이유로 미술 교사 부부가 입건되는 것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우리가 하루가 멀다 하고 후진국이라 손가락질 하는 중국조차도 성의식에 관해서는 ‘식색성야’라 하여 일찍부터 성은 식욕과 같이 자연에 순하는 질서로 여겨왔다. 반면 우리 사회에서 성은 무조건 ‘뒷전’의 일로 간주되었고 덕분에 현실과 유리되는 성규범 등은 퇴폐적인 성문화라든지 낮은 수준의 성 평등과 같이 부작용만 낳게 되었다. 이제는 성을 제대로 논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무조건 감추고 숨긴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그렇게 감출만한 성질의 것도 아니며 그만큼 가치 없는 것도 아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같지도 않은' 현실과 거리가 먼 성교육 비디오 프로그램을 보며 낄낄 비웃어대야만 했던 우리 세대들의 단상은 이제 그만 물려주어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