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시끌시끌하게 새해를 맞이한 것 같다. 성스런 영역이라 여겨졌던 보신각 타종마저도 정치적 논쟁에 휩쓸리게 되었고, 이런 정치사회적 갈등을 흡수, 대리해야 할 국회는 해를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파국의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국회는 마비상태이고, 시민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뽑아준, 임기가 채 1년도 지나지 않은 대통령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계절마다 벌이고 있다. 또 생각해보면, 국회가 마비될 수밖에 없도록 거대 여당을 만들어준 것 또한 시민들이다. 도대체 왜 이런 모순이 반복되는 것일까?

한나라당과 같은 보수적 정치세력은 어느 사회건 항상 존재해왔고, 분명 필요한 존재다. 사회의 상당수의 시민들이 우리가 이른바 보수적이라 지칭하는 색깔들, 예를 들어 변화보다는 질서와 안정을 원한다든가 가진 것을 지키고자 하는 성향이 강하다든가 전통을 중시한다든가 등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 때문에 이들을 대리하는 보수적 정치세력의 존재는 너무나도 당연해진다.

그러나 우리 정치사회의 문제는 이런 보수 정치세력이 과대 대표되어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한나라당은 국회 의석 중 과반을 훌쩍 넘는 의석수를 갖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과반이 넘는 국회의 의석수처럼 국민의 반이 넘는 대다수를 진정으로 대표하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부자당’이라는 비판 등은 모두 차치하더라도 한나라당은 보수적 성향의 부유층을 대표하고 있는 당이다. 이런 한나라당이 과반이 넘는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국민의 과반이 넘는 대다수가 한나라당의 정치적 성향과 이해를 같이 하게 되는 보수적 부유층이라는 것인데, 현실과 한참 다른 이야기다.

이는 80년대 독재정권으로부터 이어져온 보수적 정치세력이 성공적으로 빚어낸 이데올로기적 산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의 언론시장을 조선, 동아, 중앙 등의 보수적 지면신문사들이 독점하다시피 하게 된 것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들 보수언론들을 중심으로 한 권위주의 정권의 강력한 대중 이데올로기는 철저한 반공주의를 위시하여 조금이라도 보수적 세력에 반하는 이념과 세력들을 정치 혹은 사회의 영역에서 완벽하게 주변화 시켰다. 또한 그 중심과 주변의 분리 과정에서 특정 지역에 대한 억압이 자행되고, 이로 인해 지역주의 중심의 정당체제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게 된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 결과가 무엇인가. 형편없이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임에도 자신이 특정지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특정지역에 본거지를 두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절대로 대변해주지 않을, 오히려 그 반대편의 입장을 지닌 보수정당만을 계속해서 지지해주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이상한 상황은 대선이나 총선, 심지어 교육감 선거에서까지 한나라당이 대거 득표를 하도록 표를 찍어주면서도 선거 이후 정작 한나라당의 여러 가지 정책들(한미FTA, 의료민영화, 대운하, 이번에 화제가 된 입법안 등등)에는 쌍수를 들고 반대하는 것으로 모자라 거리로 나와 촛불까지 켜는 모순적 상황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

나는 한나라당을 미워하거나 싫어하지 않는다. 단지 내 생각과는 많이 다른 성향을 지닌 정당일 뿐, 다른 정당들과 마찬가지로 그들 나름대로의 신념을 갖고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을 것이다. 또 내가 차마 알지 못하고 있는 여러 계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는 정당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나라당은 지금 과대 대표되어있다는 점이다. 우리 국민 전체 중 얼마만큼의 사람들이 한나라당을 지지하느냐에 관한 물음에 대해서는 쉽게 답할 수 없고 또 알지도 못하지만, 한나라당의 친재벌적인, 기득권층만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들과 같은 이해관계를 지닌 국민 수는 절대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은 너무나도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