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선수가 텔레비전에 나왔다!
아, 박찬호 선수는 원래부터 텔레비전에 나왔구나.
이번에는 ESPN이나 스포츠 채널 메이저리그 중계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KBS2 '1박2일'에 나왔다.
최근 몇 년 동안 박찬호 선수의 경기 모습을 자주 보지 않았던 나로서는 굉장히 반가운 모습이었다.
평소 그가 텔레비전에 나올 때는 혹시 홈런이나 맞으면 어떡하나 점수 내줘서 방어율 올라가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중계 방송 내내 가슴 졸이며 텔레비전을 시청했던 반면 '1박2일'에서는 그런 마음졸임 없이 편하게 박찬호 선수를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아마 내 세대까지가 박찬호 선수의 전성기를 TV 라이브로 지켜봤던 마지막 세대가 아니었나 싶다. 하얀색 깔끔한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강속구를 뿌리면 덩치 산만한 메이저리그 타자들도 휭휭 헛스윙을 날려대던 그 때의 모습이 아직까지도 생생하다. 박찬호 선수 등반 경기가 시작되면 공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스피드건에 몇 마일이 찍혔는지 꼭 확인까지 해가며 중계방송을 봤었다. 행여나 큰 것 한 방 얻어맞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다저스가 공격할 때에는 다저스 타자들이 진루하기만을 기도했다. 지금은 메이저리그 거의 보지 않지만 그 때 다저스 공격을 이끌었던 게리 세필드 같은 선수들 이름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

물론 차범근, 최순호 등 이전에도 해외에서 활약한 스포츠 스타들은 있었지만 유독 박찬호 선수가 돋보였던 것은 이런 스포츠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일 것 같은 IMF 때문이 아니었을까. 박찬호 선수가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을 시절, 국내 상황은 매우 어려웠었다. 지금도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그 땐 마이너스 성장을 할만큼 정말 너무나도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모두 힘들었고, 또 IMF의 구제금융에 자존심마저 금이 갔던 그 당시 박찬호 선수의 활약은 간접적으로나마 국민들에게 위로가 되었고 그의 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외국인 타자들을 보면서 무너졌던 자존심을 조금이나마 되찾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전성기도 맘껏 누려봤고, 연봉 잭팟도 터뜨려봤고, 부상도 당해 봤고, 슬럼프도 겪어봤고, 난투극도 해봤고, 대표팀 이끌고 메달도 따봤고, 적지 않은 나이에도 화려하게 부활해봤고, 메이저리그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어봐서인지 한결 여유로워진 예능 프로그램 속 박찬호 선수를 보면서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참 따뜻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