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꼬마였을 때, 엄마가 화를 내시며 맨발에 속옷차림이었던 나를 저 차가운 아파트 시멘트 복도로 내친 적이 몇 번 있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서럽게 울어봤지만 설마설마했던 작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호된 매질로 정말 나를 집 밖으로 쫓아내셨다. 덜컥, 두꺼운 쇠문이 잠긴 뒤 나는 문에 대고 울면서 엄마를 불러봤지만 이내 소용 없음을 알고 저 차가운 복도와 계단에서 맨발로 추위에 떨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엄마도 참 대단하셨다. 물론 꼬마였던 내가 무언가 엄청나게 크게 혼날만한 짓을 저질렀던 것도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어린 아이가 잘못을 했으면 얼마나 큰 잘못을 했다고 회초리로 때려가며 추운날 내복에 맨발 차림으로 자기 자식을 문 밖으로 내모셨는지. 하긴, 평소에는 그렇게 다정하고 스스럼 없었던 엄마였지만 우리 형제가 잘못을 해서 혼날 때에는 어찌나 무서우셨던지 마냥 철 없던 그 때의 나와 동생도 매를 든 엄마 앞에서는 그저 정말 닭똥같은 눈물만 뚝뚝 흘릴 뿐이었다.

어렸을 때 부모님에게 정말 호된 꾸중을 들었던 사람들은 안다. 그 때의 그 서러운 기분이 어느 정도인지. 지금도 별 다를 바 없겠지만 어렸을 적 가족, 즉 부모님은 세상에서 나를 보호해 주는 유일한 동시에 최후의 존재이다. 아기였을 때부터 뭔가 일이 수틀리다 싶으면 소리내어 울면 그만이었다. 소리내어 울기만 하면, 혹은 친구가 괴롭힌다고 이르기만 하면 엄마, 아빠가 달려와서 무슨 일이든 해결해주기 마련이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최소한 엄마, 아빠 만큼은 원대로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그런 존재였다. 그런 존재였던 엄마, 아빠가 돌변하여 자신을 혼낼 때의 서러움은 엄청나다.

특이한 점은 동양권,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의 부모들은 자녀들이 집 밖에서, 예를 들면 학교나 친척, 이웃들에게 잘못을 했거나 혼나고 들어왔을 때 자녀를 감싸기보다는 오히려 밖에서보다 더 엄하게 꾸짖는 경향을 갖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는 어떤 집단의 구성원이 다른 집단으로부터 비난을 받을 경우 그 집단이 일치단결하여 구성월을 보호하고 나서는 것이 대부분이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안 좋은 성적을 받았다던가 잘못을 해서 교사에게 혼이 났을 경우, 혹은 친척어른에게 버릇 없는 행동을 했다고 혼났을 경우 다른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는 부모가 자녀들을 어우르고 감싸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부모들은 그러지 않는다. 오히려 더 '따끔하게' 자녀를 혼낸다.

이처럼 아이가 무언가 잘못했을 때, 부모는 집 밖의 바깥 세상과 하나가 되어 아이들을 혼낸다. 즉, 아이들에게 가정 내의 부모와 바깥 세상이 하나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때문에 다른 문화권과 달리 우리나라와 일본의 아이들에게는 '바깥 세상'으로부터 인정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는 학교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다른 문화권의 아이들, 호기심 초롱초롱한 눈으로 선생님에게 계속 질문을 퍼붓는다. 물론 엉뚱하고, 말이 안 되는 질문도 많다. 하지만 그들은 이를 별로 개의치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의 교실에서 떠드는 것은 선생님 딱 한 명 뿐이다. 선생님이 질문이 없냐 제차 물어도 학생들은 서로 조용히 눈치만 볼 뿐이다. 질문을 하고 싶어도 하지 않는다. 만약 얼토당토 않은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주위 학생들에게 비웃음을 사지 않을까 늘 걱정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바깥 세계로부터의 인정에 대한 갈망은 여기저기에 나타나 있다. 처음 유럽에 갔을 때 정말 놀랐던 것은 다들 우리나라보다 갑절로 잘 사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도시가 경차들로 가득차 있었던 모습이었다. '차종=경제적 지위'라는 공식이 암암리에 법칙화되어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차를 몰고 다니는 모습이었다. 우리나라, 대만, 일본은 유행에 굉장히 민감하다. 헤어스타일서부터 신발까지 어떤 것이 '대세'다 싶으면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젊은이, 학생들 모두 신기할 정도로 비슷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다닌다. 긍정적인 면도 많다.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을 받고자 하는 욕구는 높은 학구열, 활발하고 역동적인 사회, 높은 의식 수준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좀더 넓게 보자면 우리 동아시아권 국가들에게 바깥 세계란 바로 해외 다른 국가들이 된다. 때문에 우리는 해외 다른 국가들로부터 인정 받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일본은 이러한 세계 국가들로부터의 인정, 존경이라는 어리석은 목표 설정으로 인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는 과오를 범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동아시아권 기업들이 매우 진취적으로 세계시장으로의 진출을 시도하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물론 우리가 타인을 의식하는 것을 다른 문화권과 이질적인 부모의 교육이라는 단 한 가지로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요즘 들어 자꾸 이러한 작고 소소한 문화적 특징들이 그 사회의 전체적인 모습, 관념, 가치관 등에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나 같이 학교를 다니고, 회사에 출근하고, 컴퓨터를 하고, 같은 헐리우드 영화에 열광하며, 결혼이란 것을 하고, 자동차를 몰고 다닌다. 이처럼 너무나 비슷한 여건들 속에서도 너무나 다른 생활방식, 사고관을 갖고 있다. 결국, 서로 달라질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은 바로 이런 작은 것들 하나하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