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는 우리땅’. 이 말만큼 우리나라 국민을 하나로 모아주는 말도 없다. 국회에서까지 몸싸움을 하다가도 ‘독도’란 말만 나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하나 같이 어깨동무를 한 뒤 ‘독도는 우리땅’을 외친다. 최근 들어서는 ‘고구려 역사’도 이에 한 몫 하고 있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위시하여 고구려를 자신들의 역사라 우길 때마다 우리는 정말 하나가 되어 감히 우리의 역사를 빼앗아 갈 수 있냐며 격분한다. 독도나 동북공정 문제는 우리의 민족적 자존심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우리나라가 정작 자국의 학생들에게 고구려의 역사나 독도의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육에서 국사는 필수 과목이 아니다. 선택 과목일 뿐이다. 수능에서 이과 학생들은 아예 국사 시험을 응시하지 않으며, 문과 학생들마저도 8개의 사회탐구 과목 중 네 가지를 선택하여 시험을 보기 때문에 소수만이 국사 시험에 응시하고 있다. 국사나 근현대사 과목을 선택하지 않는 학생이라면 문과 학생임에도 국사 관련 시험은 아예 응시하지 않는 셈이 된다. 말로는 매일 같이 고구려는 우리의 역사라 외치면서 정작 그 고구려 역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것이다.


국사에는 국어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정체성이 담겨있다. 우리의 정체성을 배우는 것, 간단하다. 그저 우리가 어디에서부터 뿌리를 두었고,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민족인지 알아가는 것이다. 이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가뜩이나 범람하는 외국의 문화, 혹은 상업적 물질주의가 팽배해져 있는 현대 사회에서 우리 고유의 정체성을 갖는 일이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족이 그 정체성을 잃게 되면 어떻게 될 까. 한 때 청나라로 동북아를 호령했던 만주족, 먼 옛날도 아니다. 불과 백여 년 전이다. 헌데 지금은 이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바로 한족들로부터 그들만의 정체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또 국사는 한 나라의 정체성인 동시에 자긍심이 된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미국. 이 미국이 유럽이나 중국 같은 나라들에 대해 갖는 콤플렉스가 딱 한 가지 있다. 바로 그들의 짧은 역사와 전통이다. 프랑스인이나 영국인들, 상대적으로 미국에 비해 국력에서 여러모로 뒤처지는 점들이 많지만 미국인들 앞에서는 오히려 어깨에 힘을 주고 콧대를 높인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역사에 대한 자긍심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자긍심이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갖고 있다고만 해서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늘 역사를 ‘배우고’ 전통을 지켜나가기 때문이다. 유럽 사람들만큼 역사를 중요하게 여기고 전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도 없다. 동시에 그들만큼 자신들의 역사에 자부심을 갖는 사람들도 없다.


우리나라도 이들 유럽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의 역사에 견주어도 전혀 부끄러울 바 없는 유서 깊은 역사를 갖고 있다. 헌데 정작 역사 교육은 그 어느 나라보다 천대받고 있는 현실이다. 한 나라의 대학생이 그 나라의 역사에 대해서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었다면 믿기겠는가.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런 대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세월이 흘러 역사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이런 젊은 세대들이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역이 되면 어떠할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공부하고 싶은 것을 공부하는 것,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국영수와 같이 꼭 배워두어야만 하는 과목도 있다. 국사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역사를 공부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다시금 주요 사립대학들을 중심으로 국사를 필수선택과목으로 지정한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데 다행스러운 일이다. 내 바람 같아서는 이과 고등학생들도 국사를 필수적으로 배우도록 했으면 좋겠는데, 지금의 현실에 비춰볼 때 필수선택과목이 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하다. 우리나라 고등학생들, 전 세계에서 공부 많이 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다. 그 많은 공부 시간 중에 국사 공부 조금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