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야구 뉴스를 보니 타이거즈팬으로서는 참 놀라운 보도가 있었다. 이종범을 3루수로 전격 기용한다는 깜짝 소식이었다. 이미 마흔 줄을 앞두고 있는 이종범을 3루 내야 수비진으로 기용한다는 것은 굉장히 공격적인 변화였다. 적지 않은 나이, 짧지 않은 내야 수비 공백기간 등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나와 같이 이종범의 열성팬은 야구천재의 다이나믹한 내야 수비를 다시 한 번 직접 볼 수 있다는 기회가 생긴 것에 참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단 한 경기도 지나지 않아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한껏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용규가 뜻밖의 부상을 당하면서 이종범이 비게 된 중견수 자리로 수비 위치를 이동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잠실 경기 때 내야 지정석을 예매하고서라도 가까운 곳에서 이종범의 내야 수비를 보고자 마음 먹었던 설렘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이용규의 부상이 참 원망스럽다. 정확히 말해 이용규 선수 그가 원망스럽기보다는 그가 쓰러져 부상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여건들, 즉 인조잔디나 아무런 충격 흡수가 없는 펜스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야구계의 열악한 환경이 참 원망스럽다. 잠실이나 문학구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야구장들이 열악한 구장 환경으로 도마에 오르내렸던 적이 하루 이틀 전도 아닌데 아직까지 이런 부분이 전혀 고쳐지지 않는 모습은 참 안타까울 뿐이다.

국내에서 야구와 자주 비교되는 종목인 축구를 보자. 간혹 계파 갈등이나 정몽준 일인 체제, 미숙한 행정 등으로 쓴소리를 듣긴 하지만 대한축구협회를 위시로 성공적인 월드컵 유치도 이뤄내고 이를 계기로 전국적인 축구붐까지 일으켰다. 또한 리그 승강제 도입을 검토한다거나 새로운 프로축구클럽을 창단해내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많은 관중을 유치시키고 프로축구가 활성화되기 위해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강구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반대로 KBO는 어떤가. 단적으로 말하면 무기력하고 '하는 일이 없어보인다'. 가장 최근, 이번 WBC 대표팀 선발이나 감독 선출 때만 하더라도 KBO의 무기력함은 여지없이 드러났다. 월드컵과 같은 국가적 지원을 등에 업은 적이 없었던 점도 물론 고려해야겠지만 대한축구협회와 같은 강력한 리더쉽이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 등은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는 노릇이다. 더군다나 가장 시급한 야구장 개보수 문제도 구단 측이나 지자체 사이에서 협의점을 찾지 못해 매년 미루고 있는 암울한 상황이다.

결국, 태만하고 실속없는 행정 덕분에 오늘 국내 최고의 톱타자 이용규는 그라운드에서 부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고, 팬들은 적어도 두 달 정도는 이용규 선수가 뛰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WBC로 많은 팬층을 확보해 올해 프로야구의 새로운 흥행 요인으로 부상했던 그였기에 아쉬움은 더할 수밖에 없다. 열악한 환경-선수 부상-관중 감소의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