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머무는 도시, 그 깊은 이야기 -이희수

이전의 포스팅에서 종로 피맛골의 재개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적이 있다. 옛 것에 대한 소중함도 없이 그저 재개발만을 일삼는 우리의 철학 없는 도시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조금은 낙후되고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옛 모습 그대로의 도시 정경만큼 깊은 맛을 내는 것도 없는 데 말이다.

이런 안타까움 속에서 이희수 교수의 <시간이 머무는 도시, 그 깊은 이야기>는 더욱 눈을 내 눈을 끌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머무는 도시>는 저자가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오랜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겪은 경험담과 도시와 얽힌 재밌는 역사 이야기 등이 담긴 책이다.

빼어난 자연경관으로 아주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나라와 도시들이 있다. 호주나 뉴질랜드, 동남아의 휴양지들. 화려한 자연경관과 멋진 풍경들이 사람들이 시선을 끌어들인다. 하지만 이 곳들은 말 그대로 여행지라기보다는 휴양지의 느낌이 강하다. 보통 여행이나 기행이라 함은 이런 곳들보다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도시가 적격이다.

저자가 찾은 도시들은 모두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고도시들이다. 물론 크고 으리으리한 건물들로 가득 찬 현대의 도시보다는 규모도 보잘 것 없고 지저분하긴 하지만 '구관이 명관이다'는 말처럼 옛 도시들은 특유의 깊은 맛과 향을 낸다. 그리고 그 맛과 향은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사람 사는 냄새들이다.

개인적으로 어떤 한 도시를 여행할 때 빠지지 않고 가는 곳이 있다. 바로 그 도시의 큰 광장이나 시장이다. 광장을 가면 이 곳의 사람들이 어떤 모습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무엇을 먹고 뭐라고 떠들며 어떻게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는지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볼 수 있다. 그래도 뭔가 이 곳 사람들에 대해 알고 싶은 미련이 남는다면 시장을 간다. 복잡한 시장거리를 돌아다니면 장을 보는 아낙네들, 군것질을 하는 사람들, 생선을 날르는 사람들 등 그 곳 사람들의 삶에 더욱 깊숙히 들어가볼 수 있다.

세상은 시간과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행은 공간을 찾는 일이다. 지나간 시간은 어쩔 수 없지만 공간은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남아있다. 시간을 뛰어 넘어 과거로 돌아가 옛 이야기에 등장하는 역사적 사건과 그 시대 사람들의 정취를 직접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그 후 수천 년이 지난 지금 그 공간을 찾는 일은 가능하다. 수천 년 전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앉아있던 곳을 그들과 똑같이 걸어다니고 앉고 만질 수 있다. 바로 이렇게 역사 속 무대였던 도시들을 찾아가보고 느끼고 경험해보는 것이 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