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ed great skill with winning goal"
주말 멋진 팀에게 멋진 역전골을 선사한 볼튼의 이청용이 영국 현지 언론으로부터 받은 찬사입니다. 정말 멋진 골이었습니다. 종료가 얼마 남지 않았던 타이밍도 드라마틱했고 골을 만들었던 이청용의 플레이 또한 가히 환상적이었습니다. 그의 볼터치 한 방에 수비수들과 골기퍼는 모두 바보가 되었으니까 말이죠. 한 마디로 상대 선수들을 '가지고 놀았던' 골 장면이었습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앞선 평가에서의 "skill"이라는 단어입니다. 박지성이나 설기현 등 이전의 몇몇 선수들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면서 언론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적은 많았지만 이처럼 기술이 좋았다는 평가를 받은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이영표 정도를 제외하고는 기술에 대한 좋은 평가는 처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죠.

그렇다고 박지성이나 설기현을 폄하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단지 각자 갖고 있는 개인만의 스타일이 다를 뿐이지요. 그러나 이는 동시에 영국 리그에서의 이청용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여타 리그들에 비해서 보다 선 굵은 축구를 구사하는 곳이 바로 프리미어리그입니다. 최근 조금씩 변화가 있긴 했지만 여전히 '킥 앤 러쉬'라는 특유의 영국식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죠. 설기현은 이런 영국식 스타일에 근접한 선수입니다. 백인 선수들에게도 밀리지 않은 건장한 체격과 힘을 겸비하고 있죠. 하지만 바로 이 점이 설기현이 주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설기현을 대체할 수 있는 선수들이 영국에는 너무나 많다는 것이죠.

박지성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치지 않는 체력과 공간 창출, 뛰어난 전술 이해력 등의 장점을 갖고 있는 박지성이기는 하지만 네덜란드 리그에 비해 한층 높은 수준의 힘과 체력을 필요로 하는 영국 리그에 오면서부터 그만의 장점이 어느 정도 반감되고 말았습니다. 때문에 아이트호벤에서는 팀의 에이스가 될 수 있었지만 맨유에 오면서는 살벌한 주전 경쟁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죠.

하지만 이청용의 상황은 매우 다릅니다. 이청용은 앞서 말한 설기현이나 박지성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선수입니다. 힘이나 체력보다는 높은 수준의 개인기량과 기술을 갖춘 선수죠. 공교롭게도 그의 소속팀인 볼튼 원더러스는 프리미어리그 클럽들 중에서도 가장 영국스러운 색을 내고 있는 팀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청용과 볼튼은 축구 스타일에 있어 상극인 셈이죠.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입니다.

그렇다고 이청용이 주전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진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볼튼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과 전혀 다른 스타일을 지닌 이청용을 그만큼 필요로 할 것이기 때문이죠. 현재 볼튼에서 이청용만큼이나 뛰어난 기술과 개인기를 갖춘 선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볼튼에서의 창의적인 플레이는 이청용이 도맡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죠. 이는 이청용에게 계속해서 단독 돌파를 주문하는 맥슨 감독의 의중에서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사실 국내 선수들 중 이청용만큼의 드리블 센스와 창의적인 돌파 능력을 지닌 선수는 보기 힘듭니다. 이 분야에서는 알아주는 선수죠. 더구나 K리그에서 보여준 그의 약간은 더티한(?) 성질머리는 거친 프리미어리그에서 적절한 승부 근성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여러가지로 기대가 되죠. 앞으로 그가 얼마나 성장할지, 축구팬으로서 참 설레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