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한 핸드볼 파울이었다. 누가봐도 앙리는 고의적으로 공에 손을 갖다 대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순리대로라면 골은 무효가 되었어야 했고 앙리는 비신사적인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바로 퇴장을 당했어야 했다. 그런데 심판들은 앙리의 손을 보지 못했고 그대로 골을 인정해버리는 희대의 오심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 오심 하나로 아일랜드는 월드컵 진출이 좌절되었고, 프랑스는 멋쩍게 월드컵에 진출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아일랜드만 불쌍한 꼴이 되었다. FIFA에서 아일랜드의 재경기 요청을 공식적으로 거부하는 바람에 아일랜드는 일련의 희망마저 물거품이 된 채 월드컵에 나갈 수 없게 되었다. 억울한 노릇이다. 아일랜드 사람들이 오심 판정에, 앙리의 비신사적인 반칙에, FIFA의 재경기 거부 방침에 분노하고 분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누구보다 억울한 그들에게 그만한 권리는 충분히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재경기가 불가하다는 FIFA의 결정은 전적으로 타당하다. 오심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결국 경기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심판 판정이라는 것은 결코 경기 외적인 부분이 아니다. 그라운드를 뛰고 있는 선수 개개인 만큼이나 경기를 이루는 핵심 중 하나이다. 기계가 알아서 점수를 매겨주는 볼링과는 달리 여느 구기종목처럼 심판이 직접 선수들과 뛰어다니며 경기를 진행시키는 것이 바로 축구다. 분명 오심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심판이 경기 종료 휘슬을 부는 순간 그 오심을 포함한 경기의 모든 것들은 매듭이 지어진다. 물론 그 후에 오심에 대한 논란, 구설수 정도는 있을 수 있지만 말이다.

인간은 신이 아닌 이상 절대 완벽할 수 없다. 심판도 인간인지라 언제나 완벽할 수 없다. 이런 심판에게 언제까지나 완벽한 판정을 바란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 아닐까. 전설적인 축구 선수 플라티니가 말했다.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다. 모든 선수가 완벽한 플레이를 펼친다면 스코어는 영원히 0:0이다." 이 말처럼 선수도 늘 실수를 하기 마련이고, 마찬가지로 심판도 늘 완벽할 수 없다. 만약, 선수들이 하나 같이 완벽했다면 애초에 심판부터가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선수들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완벽했다면, 실수로 반칙을 저지르지도 않았을 것이고 만에 하나 반칙을 저질렀어도 자신의 반칙을 순순히 인정하며 완벽한 페어 플레이를 펼쳤을텐데 심판이 무슨 필요가 있었을까.

인간이 완벽한 판정을 내리지 못한다고 해서 경기장에 첨단장비를 들여와 카메라로, 센서로 판정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만약 카메라와 첨단장비들이 대신 심판을 봐준다면 그건 더 이상 축구라, 그리고 스포츠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단지 축구와 유사한 게임 정도가 될 수 있을 뿐. FIFA가 기술이 부족해서, 여건이 안 되서 매번 붉거지는 오심 논란을 부담하면서까지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아니다. 마치 수타 자장면의 대가가 기계를 살 여력이 없어 매번 손으로 면을 뽑는 것이 아닌 것처럼 FIFA 또한 축구 그 자체의 오랜 역사, 인간 중심적인 신념 등을 이유로 심판 판정에 대한 장비 도입을 일체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심판은 큰 과오를 저질렀다. 너무도 큰 실수였다. 그 실수 하나 때문에 한 나라 국민들은 울분과 분노의 4년을 보내게 생겼다. 앙리 또한 비판과 비난의 화살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어찌되었건 골로는 인정되었지만, 분명 세계적인 축구 스타로서 그의 플레이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옳고 그르고 좋고 나쁜 것을 다 떠나서 너무나 인간적인 해프닝이 일어났을 뿐이다. 실수를 저지르고, 욕심에 눈이 멀어 불의를 저지르고, 억울함에 땅을 치며 분개하고. 우리 인간에겐 너무나 친숙한 상황들이다. 마라도나의 '신의 손'이 두고두고 회자되는 것처럼 사람 냄새가 풀풀 풍기는 이번 해프닝을 즐기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억울하게 월드컵을 즐길 수 없게 된 아일랜드 국민들에게는 심심한 위로를 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