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 구단이 다음 시즌 성적 향상을 목표로 매서운 겨울훈련에 돌입하고 있는 지금, 나머지 구단들과 달리 성적보다는 ‘생존’에 매달리고 있는 구단이 있다. ‘서울 히어로즈’다. 대기업 같은 걸출한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한 이장석 대표는 결국 구단을 자체적으로 운영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를 위한 고육지책이 ‘선수 팔기’다.

일부에서는 팀 간 전력불균형을 초래하고 히어로즈 팬들을 우롱하는 짓이라고 고개를 젓고 있지만, 히어로즈의 선수 현금 트레이드는 구단 운영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현재 프로야구 거의 전 구단이 적자경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충분한 자금력을 갖고 있는 메인 스폰서 없이 구단을 꾸려나간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히어로즈도 적자 수익구조에서 벗어나려 자체적인 구조조정이라든가 ‘네이밍 마케팅’ 등 여러 가지 자구책을 단행해왔지만 여전히 적자를 모면하지 못하고 있다.

히어로즈와 KBO 모두 메인 스폰서를 찾기 위해 팔방을 뛰어다녔지만 아무도 프로야구단 운영에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뚜렷한 대안 없이 무조건 현금 트레이드에 반대만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팬도 중요하다. 팬이 없으면 구단도 없다. 팬 없는 프로스포츠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반대로 구단 없이는 팬도 없다. 응원할 구단이 없는데 팬이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히어로즈 프런트가 구단 운영에서 손을 떼고 프로야구가 7개 구단으로 이루어지는 것보단 주축선수를 팔더라도 구단이 존속해 나가는 것이 히어로즈 팬들 입장에서도 훨씬 나은 선택이 아닌가. 제발 현실을 직시했으면 한다.

구단 입장에서도 자금이 부족하다고 언제까지나 선수를 팔아먹을 수는 없는 입장이다. 이 사실은 이장석 대표 본인 또한 잘 알고 있다. 다만 히어로즈가 바라는 것은 단기간 출혈을 감소하고서라도 흑자 수익구조로의 전환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꾸준히 흑자를 낼 수 있는 선순환적인 구단 운영으로의 변화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효과적인 선수 육성시스템이라든지 구단 운영의 체질 개선, 활발한 마케팅 등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지난 1년여 간 히어로즈 구단이 실제로 보여준 참신한 가능성은 분명 의미가 있었다.

팀이 창단된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현재 히어로즈의 전력은 우승권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주축 선수를 팔아서 구단 자금을 마련하고 이 자금으로 더욱 튼튼한 수익 구조나 유망주 발굴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당장 순위는 하위권에 맴돈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히어로즈에게 더욱 바람직하지 않을까. KBO가 실질적인 대안을 염두해두지 않은 채 금지와 제재만을 가하면서 히어로즈로 하여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제약하는 것은 당장의 프로야구 흥행과 재미를 위해 히어로즈 구단을 더욱 곤경에 빠트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당분간은 히어로즈가 원하는 대로 해줬으면 한다. 대기업의 기업 홍보 마케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우리 프로야구의 현실 속에서 스스로 자생적인 구단 운영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히어로즈의 노력은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그동안 야구팬들은 팀이나 지역 이름이 아닌 기업 이름을 외치면서 야구를 응원해야 했다. 어쩌면 히어로즈의 이번 실험은 이런 서글픈 현실에서 변화를 꾀할 수 있는 첫 발걸음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