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보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골을 넣는 모습이 익숙한 현역 선수가 있을까? 내년 월드컵을 앞두고 최종 엔트리 경쟁이 치열해진 요즘, 필자와 같은 일부 축구팬들에게는 안정환의 국가대표 발탁이 초미의 관심사다.

허정무호는 4-4-2의 전술을 주로 사용했다. 월드컵까지 큰 변화가 없다면 양 측면에 박지성과 이청용, 최전방에는 박주영이 설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박주영과 발을 맞추게 될 나머지 공격수 한 자리다. 일부에서는 이동국과 이근호를 점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 자리에 가장 걸맞는 선수는 안정환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안정환만큼 월드컵에서 확실한 한 방을 터뜨릴 수 있는 선수는 흔하지 않다. 그는 중요한 경기마다 골을 넣어주었다.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다가 월드컵에서는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는 선수들과는 정반대의 경우였다. 2006년에도 소속팀 뒤스부르크에서는 많은 출전시간을 갖지 못했지만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서는 거의 날라다니다시피 했다. 토고 전에서는 중요한 결승골을 넣기도 했다. 당장 박주영이나 이청용이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선수들이 월드컵에서도 반드시 좋은 기량을 선보이리라는 보장은 없다.

박주영과 호흡을 맞추면서 가장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선수도 안정환이다. 프랑스 리그에서 공중볼 능력이 부쩍 향상된 박주영이지만 이에 못지 않게 박주영은 세밀하고 정교한 플레이를 즐겨하는 선수다. 주변 선수들을 이용해 찬스를 만들어나가는 스타일이며, 이는 이청용이나 박지성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안정환은 이들의 호흡을 맞춰줄 적임자다. 실제로 박주영과 안정환이 함께 출전한 A매치 경기들을 돌이켜보면 둘의 호흡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의 빠르고 짧은 패스에 상대 수비진들은 굉장히 괴로워했다.

아울러 박주영이 최전방에서 호시탐탐 상대의 뒷공간을 노린다면, 안정환은 미드필더로부터 공을 받으러 나오는데 익숙한 선수다. 또 이선에서 박주영에게 적절한 침투패스를 넣어줄 능력도 갖고 있다. 최전방 공격수는 물론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할 수 있는 그는 공격을 전개하는 능력 또한 뛰어나다. 더군다나 아르헨티나나 나이지리아와의 경기 때는 치열한 허리싸움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즉 미드필더들의 지원 없이도 스스로 공격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창의적인 공격수가 필요하단 뜻이다.

2002년 월드컵, 황선홍의 역할은 컸다. 공격이 뜻대로 안 풀릴 때마다 그의 노련한 경험으로 공격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이번 월드컵에도 그런 역할을 해줄 경험 많은 선수가 필요하다. 박지성이 있긴 하지만 그는 공격을 이끄는 역할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유형의 선수다. 역시 안정환이 그 역할을 메울 수밖에 없다. 그의 풍부한 A매치와 해외 리그 경험은 나이 어린 선수들을 이끌면서 효과적인 공격을 만들어나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이다.

33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로 막연하게 그의 체력적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는 작년 부산에서 그리고 올해 다롄 스더에서도 매경기 풀타임 출전하며 여전한 활동력을 보여줬다. 게다가 공격수보다도 체력부담이 큰 미드필더로 게임을 뛰었다. 부상만 없다면 풀타임으로도 손색이 없다. 비록 전성기 때보다는 못하겠지만 게임을 뛸 수 있는 능력은 여전하다. 일부는 조커 기용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조커 뿐 아니라 풀타임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조커로는 너무 아까운 재목이다. 월드컵이란 대회에서 일방적인 주도권을 잡지 않는 이상 말이 좋아 조커지, 후반 늦게 교체되어 나왔다간 공도 몇 번 못 잡아보고 경기를 마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월드컵을 앞둔 대표팀에는 안정환이 꼭 필요하다. 그건 단순히 그가 과거의 영웅이어서가 아니다. 그만이 대표팀에서 해줄 수 있는 확실한 역할이 있다. 세대교체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선수들 중에서 안정환만의 능력을 대신할 젊은 공격수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아직까지 안정환은 '다롄의 왕'으로 불리며 훌륭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안정환이 월드컵에서 태극마크를 달 여지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