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주위 사람들에게서 우스갯소리로 정치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 대게 협상에 능하고 말주변이나 수단이 좋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직접적인 싸움을 하지 않는다. 대신 상대방끼리 서로 만족할 만한 선에서 적절한 타협을 이끌어낸다.

도덕성, 모범의식, 카리스마, 전문성 등 정치인의 덕목으로 꼽히는 요소는 많다. 하지만 이들 중 정치인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은 협상을 끌어내는 능력이다. 사회는 매우 다양한 이들이 모여사는 곳이다. 각 개인마다 또 각 집단마다 첨예하게 갈리는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바로 이를 조정하고 중재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국회는 이런 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마저 수행해내지 못하고 있다. 최고 의결기구로서 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국회 내로 흡수하기보다는, 오히려 물리력을 앞세우는데 솔선수범하며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토론이나 협상은 보이질 않는다. 오로지 원색적인 비난과 양보 없는 대립 뿐이다.

사람들이 TV를 보며 연기대상과 연예대상은 누가 탔는지, 누구의 드레스가 더 이뻤는지 수근거리는 사이 국회에서는 새해 예산안과 노동법안이 여당 단독으로 처리되었다. 지난 여름 미디어법에 이어 또 다시 여당 단독 처리가 이루어진 것이다. 여당은 이번에도 독단을 일삼는 제1당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야당은 다시 한 번 아무 힘 없는 소수당이란 사실을 입증했다. 아무런 토론 없이 한 쪽의 입장만이 관철된 법 내용도 물론 문제지만, 더 염려스러운 것은 또 다시 이어지는 국회 파행이다.

대화나 타협 없이 서로의 요구만을 관철시키려 했을 거면, 애초부터 국회가 뭐에 필요있었을까. 중재나 협상은 찾아볼 수 없는 극단의 정치는 정치가 될 수 없다. 그냥 의미 없는 싸움일 뿐이다. 지금 현 국회의 모습이다. 이해관계의 조정이라는 정치의 가장 기초적인 기능마저 도외시하고 있다. 토론과 대화를 거쳐 합의를 이끌어내려 애쓰는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다. 지방 선거를 앞두고 생색을 내고 싶은 것인지 실력 행사에만 전념하는 꼴이다.

대립갈등은 정치의 동력이자 본질이다. 다만 이 갈등을 생산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느냐 아니면 그저 소모적인 대립으로 남길 것이냐에 따라 정치의 성숙함 정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며칠 전, 한국전력이 UAE의 원전 수주를 따내면서 다시금 우리의 과학기술이 세계적 수준임을 입증시켰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국회는 몸싸움을 마다하며 파행을 거듭하고 있었다. 정치만은 여전히 밑바닥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작년 연초에도 미디어법에 대한 갈등으로 해머가 난입하는 국회를 봐야했는데, 올해도 역시 씁쓸한 소식으로 새해 국회를 바라봐야 하는 사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