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뭐가 있을까? 대게 '빈곤'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흑인 아이들이 앙상하게 말라가는 모습이나 집도 없는 난민들이 먹을 거리를 찾아 이리저리 떠도는 장면들이 익숙하다. 대게 은행 창구에는 아프리카 기아들을 돕는 저금통 한두 개 쯤은 있기 마련이고, 방학마다 대학생들은 아프리카로 자원봉사를 나선다. 언제부터인가 '아프리카'와 '빈곤' 사이에는 자연스러운 등호가 성립되었다. 실제로 아프리카는 세계 최빈지역이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 가뭄과 식량난에 시달리며 극심하고도 꾸준한 내전까지 겪고 있다. 굶주리고 헐벗은 곳 아프리카, 아프리카는 원래 저주받은 땅이었을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NO'다. 과거의 아프리카는 지금과 상황이 매우 달랐다. 만약 아프리카가 살기 힘든 땅이었다면 애초에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살지도 않았을 테다. 허나 아프리카의 이집트 일대는 세계 4대 문명 발원지 중 한 곳으로 꼽힐만큼 찬란한 문명을 자랑하던 곳이었다. 지금은 최빈국으로 꼽히는 에티오피아 일대에도 기원전 수 천 년 전 이미 유럽이나 동아시아를 초월하는 거대 왕국이 건설되어 있었다. 가뭄도 지금처럼 심하지 않았고 땅도 비옥했다. 이에 생활에 필요한 곡식도 충분히 재배할 수 있었다. 대부분 부족 단위로 공동체를 이루었으며 별다른 부족함을 느끼지 못한 채 살고 있었다. 적어도 유럽 제국주의가 침략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물론 제국주의의 침략은 유럽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이었다. 우리나라도 일제의 식민지였던 시절이 있듯이 거의 전 국가들이 식민지를 경험해야 했다. 하지만 특히 아프리카에게 서양 제국주의의 식민 침탈이란 굉장히 뼈아픈 일이었다. 제국주의의 식민지 착취가 가장 심했던 곳이 아프리카였다. 아프리카는 식민지가 되면서 이전과는 아예 다른 곳이 되어버렸다. 지역 자체가 체질적으로 완전히 변해버린 것이다. 우선 서구 열강들의 이해에 따라 영토가 인위적으로 나뉘는 바람에 원래 정착하여 살던 토착 부족이나 민족들이 원치 않은 분단을 겪어야 했다. 이로 인해 아프리카 인들은 큰 상처를 입었으며 지금 자행되고 있는 내전이나 민족간의 갈등의 원인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

이 시기 무엇보다 심각했던 것은 대규모 농장 개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가 비곤에 허덕이게 된 이유로 인구증가나 내전을 꼽지만 사실 아프리카의 가장 치명적인 역사는 농장 개간 사업이었다. 근대 이후 공업화가 이루어지면서 유럽 본토에는 팔리지 않는 공산품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이를 위한 시장이 바로 식민지였다. 때문에 식민지에서도 생산될 무엇이 필요했다. 인도에서는 면화가 유럽으로 건너갔듯 아프리카에서는 유럽의 공산품과 맞바꿀 커피, 카카오, 사탕수수 등이 계획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기존의 곡식 밭, 밀림, 초원 가릴 것 없이 아프리카의 거의 모든 지역은 대규모 커피 농장이나 카카오 농장으로 갈아엎어졌다. 조금 과장하자면, 아프리카 한 국가 전체가 커피와 같이 하나의 작물만을 재배하는 거대한 농장이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아프리카의 자생적인 경제기틀이 파괴되기 시작했다. 각 지역 경제는 파탄에 이르렀고 더 이상 자급자족의 경제력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곡식을 재배하던 땅이 모두 커피나 카카오 농장으로 바뀐 탓에 곡식 가격은 폭등할 수밖에 없었고 토착 주민들은 굶주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유럽인들은 농장 개간을 멈추지 않았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식량난에 허덕이며 굶주릴 수록 유럽인들은 더 값싼 커피와 초콜렛을 맛볼 수 있었다.

커피를 재배하는 해맑은 소년, 아프리카 커피 농장은 아이들에 대한 노동착취로도 유명하다

대규모 농장 개간은 아프리카 대륙의 대자연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농장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물길을 만들었고, 밀림은 없애버렸다. 당연히 자연의 자생 기능히 현저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이는 가뭄과 사막화로 이어졌다. 아프리카의 극심한 가뭄이 십수 년 간 지속되면서 사람들이 곡식을 재배할 땅이 줄어들었다. 비옥했던 땅이 사막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건기가 늘어나고 사람들은 물 부족에 시달렸다. 아프리카의 식량 부족이 더욱 극심해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서구 백인들로부터 유입된 전염병이나 각종 성병도 물론 심각한 문제지만 무엇보다 날로 심해지는 가뭄은 아프리카인들의 생존에 치명적이었다. 

그러면 이런 사실을 알고도 아프리카 사람들이 가만히 있었을까? 물론 아니다. 역사적으로나 대외적으로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분명 이런 악순환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자체적인 움직임은 꾸준히 있어왔다. 유수의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뿌리 박혀버린 서구의 착취구조에 저항하려 했다. 하지만 왜 그들의 노력이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왜 그들의 노력이 매번 수포로 돌아가는 것일까? 답은 아프리카의 내전 상황에 있다. 아프리카의 각 군벌들의 배후에는 서구의 검은 자본이 숨어있다. 주로 아프리카의 대규모 농장과 하청 관계를 갖고 있는 서구 자본은 아프리카에서 자신에 대한 단일화된 저항 세력이 자리잡지 않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내전을 부추기고 있다.

내전을 부추기고 무기를 팔아먹는 무기상들의 생리를 잘 보여주는 영화 <로드 오브 워>

이는 서구 군수산업체들의 이해와도 맞아떨어진다. 서구 무기상들은 아프리카의 내전을 부추기고 각 군벌들에게 무기를 팔아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 커피 농장과 군수산업,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사실 이들은 태생적으로 같은 기반을 두고 있다. 글로벌 기업 스타벅스가 이스라엘의 군수산업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도 절대 우연이 아닌 셈이다. 과거 제국주의 시절, 아프리카가 유럽의 공산품들의 제고처리를 위한 반강제적인 시장이었다면, 이제는 서구 군수산업체들을 먹여살리는 거대 무기 시장이 된 셈이다. 서구 무기상들은 아프리카 군벌들에게 무기를 팔아 이득을 챙기고 군벌들은 그 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이아몬드와 같은 광물 자원들을 싸게 팔아넘긴다. 실제로 이 때문에 아프리카 대륙에는 상대적으로 풍부한 광물 자원이 매장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국가들은 이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군벌들은 각종 이권이나 광산을 두고 치열한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고, 결국 이들의 배후에서 은밀히 무기를 팔아 이익을 챙기는 것은 또 다시 서구 무기상들이다. 악순환의 고리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아프리카는 원래 살기 힘든 곳이 아니었다. 현재 아프리카의 모습은 본래의 아프리카가 아니다. 아프리카라 하면 흔히들 가난과 내전에 찌든 병약한 흑인들 정도를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아프리카 대륙은 타인들에 의해 계획적으로 철저하게 짓밟혀진 시련의 땅이요, 세계 경제의 불평등한 착취 구조, 열강의 군수산업, 자연 파괴 등 온갖 부조리가 만들어낸 산물인 것이다. 아프리카에는 동물들의 약육강식의 세계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더 처절하고 피비린내 나는 인간들의 약육강식의 섭리가 존재한다. 섬뜩한 것은 우리가 주위에서 누리고 있는 것들의 상당수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즉, 유럽인만이 아니라 우리도 아프리카의 단물을 빨아먹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애인에게 선물하는 다이아몬드 반지, 매일 먹는 커피와 초콜렛, 가죽 가방, 어느 하나 자유롭지 못하다. 물론 이것들을 당장 먹지 말고 사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알고 있자는 것이다. 언젠가는 바뀌어야 한다. 물론 그 과정과 시간이 얼마나 험난하고 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변화의 시작은 단지 무엇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