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트  『아프리카는 가난하지 않았다』에 이은 아프리카에 대한 두 번째 글.


블러드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는 넘쳐나는데 밟을 굶는다?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겠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서아프리카 지역은 세계적인 다이아몬드 산지이다. 전 세계 다이아몬드 매장량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 지역의 시에라리온과 앙골라 두 국가만 하더라도 다이아몬드 채굴로만 매년 7억 달러의 수입을 얻는다. 막연하게 7억 달러라고 하면 얼마나 큰 돈인지 감이 잡히지 않겠지만 해외에 자동차 70만 대를 수출해야 벌 수 있는 무지막지한 액수다. 그런데도 시에라리온과 앙골라는 최빈국에 속한다. 수많은 난민이 집도 없이 헐벗고 굶주리고 있다. 땅만 파면 다이아몬드가 나오는 나라인데 대체 왜 가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걸까?


2007년에 개봉한 '블러드 다이아몬드(Blood Diamond)'라는 영화가 있다. 유명한 헐리우드 스타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을 맡았지만 기대와 달리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제목의 뜻은 말 그대로 '피의 다이아몬드'이다. 영화는 이 섬뜩한 제목처럼 내전의 피로 얼룩진 아프리카 다이아몬드 광산의 숨겨진 참상을 보여준다. 수십 년 간 서로에게 잔인한 학살을 자행해온 정부와 반란군, 그 참담한 싸움 근원에는 다이아몬드와 같은 값비싼 천연 자원이 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내전을 이용해 다이아몬드를 밀수하는 거대 다국적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정부와 반란군의 뒤를 봐주는 대가로 다이아몬드나 석유와 같은 천연자원을 헐값에 독점한다. 각 군벌이나 부족들은 광산을 차지하기 위해 처절한 전쟁을 벌이고 채굴한 다이아몬드를 팔아 다시 무기를 사들인다.

이 같은 상황 탓에 다이아몬드가 넘쳐나는데도 밟을 굶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밥만 굶는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목숨을 부지하기도 어렵다. 아프리카의 가난한 광부들이 캐는 다이아몬드는 곧바로 총과 총알이 되어 그들 자신의 목숨을 위협한다. 다이아몬드를 팔아 생긴 돈은 한 푼도 빠짐없이 고스란히 군벌들과 그 군벌들에게 무기를 파는 선진국들의 군수업체에게 돌아간다. 다이아몬드로 인한 수익금이 곧바로 군자금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아프리카의 가난한 현지인들은 당장 먹을 식량이 없어 굶어죽어가면서도 반란군이 다국적기업에게 다이아몬드를 팔아넘기는 광경을 강 건너 불 보듯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다. 아니, 다이아몬드를 판 돈으로 만들어진 총알로부터 목숨이나 부지하면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콩고 내전과 애니콜

콩고 내전과 애니콜이 무슨 상관일까? 하지만 콩고의 내전 덕분에 우리가 쓰는 휴대폰 가격이 내려간다. 콩고에는 콜탄이라는 희귀 금속이 매장되어 있다. 전 세계 매장량의 80%라는 막대한 양이다. 이 금속은 고성능 칩을 만드는데 사용되며 휴대폰의 핵심 부품인 리튬 필터의 주원료가 된다. 제조업과 관련된 다국적기업들은 콩고로부터 이 콜탄을 수입한다. 이 다국적기업들은 콩고의 꾸준한 내전 덕분에 헐값으로 콜탄을 수입하고 있다. 군벌끼리 콜탄 광산을 두고 전쟁을 벌이고 경쟁하는 바람에 다국적기업들만 싼 값에 콜탄을 사들이고 유통시켜 막대한 이윤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애니콜 휴대폰을 만드는 삼성도 콩고로부터 콜탄을 밀수하는 기업으로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독일에서 출판된 '나쁜 기업'이란 책에는 실제로 삼성이 콩고로부터 콜탄을 밀수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애니콜도 어쩌면 콩고 아이들의 피로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



선진국들의 외면

아프리카가 서방으로부터 독립한지 반 세기가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아프리카는 서방 선진국들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독립 당시 신생국 정부들이 대부분 서방 선진국들의 도움으로 권좌를 차지했기 때문에 자국의 국민보다는 외국의 이해를 대변하는 토착 대리인 노릇을 한 탓이었다. G7이니 G20이니 선진국들은 겉으로 평화를 노래하며 아프리카 문제에 많은 관심을 표하는 듯 하지만, 사실 그들에게 아프리카의 내전 종식, 평화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아프리카는 선진국 군수업체들의 최대 고객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경찰국가를 자청하는 미국,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선 전 세계 어느 곳이라도 개입한다. 그러나 미국에게도 경찰국가니 민주주의니 하는 허울은 명분일 뿐, 실상은 다르다. 자국의 국익에 반한다면 은밀히 쿠데타를 지원하는 등 어떠한 짓도 감내한다. 콩고의 민족적 영웅이었던 루뭄바 총리가 미국이 조종한 군부세력에 의해 암살 당한 사건은 유명하다. 한 마디로 서방 선진국들에게 아프리카의 평화는 큰 손실인 것이다.


문제는 아프리카 내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서방 선진국들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 현 시점에, 오히려 중국과 이스라엘 같은 신흥 군사강국들이 피로 얼룩진 아프리카의 이권 쟁탈전으로 새롭게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최근 아프리카와의 교류를 늘리며 경제, 군사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미 수단 정부는 중국에 석유를 팔아 번 돈으로 산유지인 다르푸르 지역 내전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수단이 가장 큰 무기 판매 대상국인 셈이다. 석유를 팔아 번 돈으로 중국으로부터 무기를 수입하기에 바쁜 수단 정부지만, 정작 이들이 돌봐야 할 자국내 난민의 수는 약 500만 명에 이른다. 이 많은 난민들이 오늘도 국경선을 넘지 못하고 반란군의 총에 학살 당하고 있다. 미국에 견주어 세계 질서의 새로운 한 축을 담당하려는 중국은 국제 사회에서의 책임 있는 위치를 자청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야심차게 디딘 첫 발이 아프리카의 검은 자본으로 향했다는 점은 참 아이러니한 사실이다. 18세기 유럽 제국주의도, 20세기 미국 패권주의도 하나의 절차처럼 거쳐간 바로 그 곳, 아프리카를 말이다.


"가난한 다수를 도울 수 없는 자유 사회는 부유한 소수도 구할 수 없다."

존 F. 케네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