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박지성, 네가 어디에 있든 네 조국은 개를 잡아먹지.
하지만 집구석에서 쥐를 잡아먹는 스카우스(리버풀)놈들이 더 최악이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이 부르는 박지성 응원가입니다. 일명 '개고기송'으로 불리는 이 곡은 수많은 맨유의 응원가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응원가로 꼽히고 있죠. 박지성이 경기장에 뛰고 있으면 올드트래포트의 맨유팬들은 'park'으로 힘차게 시작하는 이 응원가를 합창합니다. 올시즌 첫 골을 넣었던 아스날 전에서도 팬들은 어김없이 이 응원가를 불렀죠. 이 응원가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개고기를 먹는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일부에서는 개고기를 먹는다고 한국인들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응원가 가사입니다만, 그렇다고 그렇게 발끈할 필요까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순전히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요. 사실 영국인들, 말이 '신사의 나라'일 뿐이지 축구에 있어서는 신사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광적인 집착과 승부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축구는 거의 본능적 욕구에 가깝죠. 매너나 격식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공을 차고 어깨로 밀고 태클을 하고, 경기장을 찾아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상대팀 선수에게 야유를 퍼붓습니다. 영국 훌리건이야 워낙 유명하니까요. 특히 라이벌 팀에 대한 야유와 욕설은 엄청납니다. 우리로 치면 쌍두문자 정도는 예삿일에 속하죠. 그만큼 축구 응원가, 아니 축구에 대한 전반적인 문화 자체가 상당히 원색적입니다. 배려니 존중이니 하는 건 절대 찾아볼 수 없죠. 평소에는 신사의 나라답게 예의를 갖추고 격식을 따지더라도, 축구장에서만큼은 마음껏 자기를 발산하는 것이 그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룰인 셈입니다. 박지성의 '개고기송'도 그런 맥락에서 불려지는 것이지요. 이런 그들에게 타민족에 대한 문화적 상대성 인정? 타문화 존중? 따위를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찾는 격이죠.

단순히 '개고기송'의 주요 테마가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들을 비하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명백한 오보에 불과합니다. 맨유와 리버풀은 아주 오래된 라이벌 팀이죠. 누가 진정한 '붉은 장미'인지를 가리는 두 팀의 더비전은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굉장한 주목을 받습니다. 덕분에 맨체스터와 머지사이드 사람들은 서로를 철천지 원수로 여깁니다. 팬들도 서로를 원색적이로 비난하는 응원가들을 많이 부릅니다. 박지성의 '개고기송'도 맨유 팬들이 리버풀 팬들을 기죽이기 위해 부르는 노래일 뿐입니다. 물론 개를 먹는다는 이야기가 그들에게 썩 좋게 불려지는 것이 아니지만, 맨유 팬들이 타겟으로 삼고 싶어하는 것은 박지성과 우리가 아닌 머지사이드 사람들이죠. 예로부터 머지사이드는 '못사는' 동네에 속했습니다. 주민들 대부분이 가난한 노동자들이었고 도둑이 많기로도 유명했죠. 맨유 팬들은 이를 빗대어 리버풀 사람들이 쥐를 잡아먹는다고 놀리는 거죠. 가난한 지역민들에게 쥐를 잡아먹는다고 놀리다니요. 우리나라에서 만약 팬들이 이런 내용의 응원가를 만들어 불렀다면 큰 논란이 되었을 겁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영국인들이었기에 또 축구장에서였기에 가능한 것이었죠.

물론 주요 목적은 상대팀을 놀리는 것이었지만 그 과정에 있어서 우리의 개고기를 비꼰 것은 찝찝할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그 찝찝함 때문에 괘씸한 기분이 든다고 하더라도, 그냥 '무식한 놈들'이라거나 '싸가지 없는 녀석들'이라고 한 번 씹어주면 될 것을 맨유 서포터즈에게 한국인으로서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는 등 이야기들은 좀 오버가 아닐까요? 무슨 외교 석상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런 '개고기송'이 불려졌으면 모를까, '개고기송'이 불려지는 곳은 원래부터 축구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무식한 영국인들이 고함을 질러대는 축구장입니다. 이런 그들에게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한다고요? 그게 더 우습지 않을까요. 우리도 영국 녀석들에게 "먹을 것이라고는 'fish and chips'밖에 모르는 야만인들"이라고 욕 한 번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단순한 서포터즈의 응원가 하나에 목숨을 걸면서 나라의 위상이 떨어진다느니 유난을 떠는 것이야말로 문화적 사대주의에 찌든 사고가 아닐까요. 남들이 우리더러 개고기를 먹는다느니 야만적이라느니 떠들어도 그냥 무시해주면 됩니다. 자기네들은 얼마나 대단한 문화를 갖고 있길래 그러느냐며 콧방귀 한 번 껴주면 될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