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실점이나 하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중국에게 말이죠. 아직 실험 중인 수비진이라 할지라도 월드컵까지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점을 고려한다면 꽤 심각한 경기 결과였습니다. 해외파의 공백이 컸던 공격진과는 달리 수비진은 공백이 크지 않았습니다. 이영표의 포지션인 왼쪽 풀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그대로 월드컵 엔트리에 오를 가능성이 큰 선수들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보여준 수비 조직력은 형편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중국의 단조로운 공격에 그대로 실점을 허용했죠. 중앙 수비수들은 자꾸 공격수를 놓쳤고, 중앙 미드필더들의 유기적인 커버 플레이도 없었습니다. 미숙한 볼처리도 큰 문제였죠. 공격 전개의 시작은 수비수들로부터인데 이 수비수들이 우왕좌왕 공을 빼앗겨버리니 금방 역습 찬스를 내주는 꼴이 되어버렸죠.


현대축구에서 강팀 소리를 들으려면 빠지지 않아야 하는 게 바로 이 수비 조직력입니다. '공격은 관중을 부르고 완벽한 수비는 승리를 부른다'는 말처럼 승리의 8할을 만들어주는 것은 팀의 수비력이죠. 이는 이미 우리도 경험한 바가 있죠.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이 우리 대표팀에 가장 큰 공을 들였던 것도 수비 조직력이었습니다. 잘 조련된 탄탄한 수비 조직력과 압박 덕분에 포르투갈, 스페인 등의 화려한 공격진을 무력화시키고 승리를 따낼 수 있었죠. 더구나 남아공에서 우리가 맞붙어야 할 팀들은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입니다. 중국보다는 적어도 두 단계 이상 실력 차이가 나는 팀들이죠. 세계 최고라 불리는 공격수들이 즐비한 팀들입니다. 이들을 이기기 위해, 최소한 이들에게 지지 않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수비 조직력입니다. 대표팀에겐 너무도 어려운 숙제가 생긴 셈입니다. 남은 기간 동안 수비진을 어떻게 가다듬냐에 따라 남아공 월드컵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동국-이근호 투톱. 제가 대표팀 공격수 중 가장 실력이 없는 선수로 꼽는 두 선수가 조합을 이루었더군요. 역시나 이 둘의 파괴력은 제로에 가까웠습니다. 힘의 세기, 슛팅, 제공권, 속도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골고루 형편없었죠. 무엇보다 오늘 경기는 왜 이동국은 안 되나를 여실히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오늘 이동국 선수는 다른 경기와 달리 폭넓은 활동반경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영양가 있는 움직임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공을 받으러 나와서는 공을 빼앗기기 일쑤였고, 측면에서는 부정확한 크로스를 연발했죠. 최전방에서의 움직임도 그다지 날카롭지 못했습니다. 고질적인 버릇 때문이었죠.

오늘은 이동국 선수 특유의 못된 버릇이 그대로 드러난 경기였습니다. 수비수 뒤에서 크로스를 기다리는 습관말이죠. 크로스된 볼이 앞에 서있는 수비수의 키를 넘기만을 마냥 기다립니다. 볼이 수비수 키를 넘어 자신에게 오고 이 볼을 가슴으로 잡거나 발리슛을 때리는 게 이동국 선수가 가장 좋아하는 패턴이죠. 하지만 이 때문에 크로스를 앞에서 잘라먹거나 수비수와 경합하여 머리로 볼을 따내는 움직임은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질 좋은 크로스가 몇 번 올라왔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수비수 뒤에서 멀찍이공을 기다리고 있더군요. 정말 답답할 노릇이었습니다. 최전방에서의 무딘 움직임은 이미 허정무 감독 또한 수 차례 언급한 적이 있는데도 개선될 여지가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뒤지고 있고 상대팀은 수비수를 늘려 문을 걸어 잠근 상황. 어쩌면 오늘의 경기 상황은 월드컵에서 우리가 겪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황입니다. 지난 독일 월드컵에서는 토고전, 프랑스전, 스위스전 모두 우리가 뒤지고 있는 상황에 놓여있었죠. 그러나 오늘의 공격진은 이런 상황에서 이렇다할 돌파구를 찾지 못했습니다. '측면 돌파 후 크로스'라는 단조로운 공격으로 일관했죠. 수비진을 뒤흔드는 창의적인 시도는 없었습니다. 이동국, 이근호 두 선수 모두 창의적인 플레이와는 동떨어진 선수들이죠. 힘과 스피드는 좋지만 오늘 같이 답답한 상황에서는 위력을 발휘해주지 못합니다. 많은 이들이 이동국의 월드컵 엔트리 선발을 우려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어찌됐건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던 경기였습니다. 징크스라는 것이 미묘하게도 깨지기 어렵다가도 막상 한 번 깨지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계속 깨지기 마련인데, 이제 중국도 일본이나 중동처럼 아시아의 맹주를 지키는데 있어 우리나라에게 큰 위협이 되는 팀이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축구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우울한 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