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신체에 가하는 폭력이 있고 권력을 쥔 사람에 의한 폭력도 있다. 성폭력, 언어 폭력도 모두 넓은 범주의 폭력에 속한다. 최근 들어 그 의미가 커지고 있는 인터넷에서의 폭력도 일종의 폭력이다. 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이 인터넷 폭력에 대해서는 둔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가해자 본인마저도 자신이 폭력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저지르고 있는 행위가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운 폭력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꼭 주먹으로 때리고, 욕을 해야만 폭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단순히 키보드를 두드리는 행위마저도 무시무시한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고 있다.

사람들은 새롭게 등장한 인터넷 공간을 통해 손쉽게 여론을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인터넷 여론은 사회적인 순기능으로 작용할 때도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손쉬워진 여론 몰이 탓에 특정 개인이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심한 인격 모독, 인권 침해, 언어 폭력을 당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평상시에는 '폭력'이란 말에 강한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었지만 인터넷 상에서는 그런 폭력적 언행을 서슴치 않았다. 그 스스로가 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는 무감각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자신이 저지르는 행위가 일종의 폭력이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피해자들이 분명 상식 수준을 벗어나는 잘못을 했기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른바 '인터넷 마녀사냥'인 것이다. '루저녀', '개똥녀', 최근의 이호석 선수까지, 일부에서는 이들에 대한 네티즌들의 비난을 마녀사냥이라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마녀사냥이란 무고한 사람을 사탄으로 몰아 죽인 사건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마녀사냥의 핵심은 벌을 받는 당사자의 죄가 있고 없음이 아니다. 마녀사냥을 통해 문제 삼고자 하는 가장 큰 본질은 한 개인의 죄를 판단하는 권리가 종교나 국가의 재판소가 아닌 '세속 사람들'에게 있었다는 사실이다. 성경에서는 '죄를 짓지 않은 자만이 돌을 던지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성경 속의 말일 뿐, 설령 아무런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누군가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권리는 없다. 우리에게는 남을 함부로 벌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한 개인에 대한 신상 정보가 모조리 공개되는 것은 물론 주변 가족들까지도 비난이 쏟아진다. 개인 홈페이지는 물론 그가 속한 학교나 단체의 사이트마저 온갖 욕과 언어 폭력으로 도배가 된다. 이게 인터넷 마녀사냥의 현 모습이다. 잘못을 폭력으로 갚아주는 것은 있을 수도 정당화될 수도 없는 일이다. 야만적이란 말은 아마존이 아닌 바로 이런 상황에 쓰이는 말이다. 마녀사냥에서 이루어지는 네티즌들의 보복은 말 그대로 야만적이다. 이성에 의한 심판이라기보다는 군중 심리에 의한 감정 놀음의 해소에 불과하다. 인터넷에서 이루어지는 다수의 야만적인 보복 앞에 당사자 개인은 힘 없는 약자가 되고 만다. 누리꾼들이 익명의 뒷편에 숨어 한 개인의 인격을 마구 유린하는 것은 마치 이슬람 문화권에서 군중들이 돌을 던져 죄인을 죽이는 잔인한 민간 형벌이나 다름 없다. 이슬람 사람들은 그런 풍습이 얼마나 야만적인지 알지 못한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응당한 죄값을 치뤄준 것 뿐이라고 생각할테니 말이다.

'개똥녀'를, '루저' 발언을 한 여대생을, 쇼트트랙 파벌로 논란이 많은 이호석 선수를 비난하거나 나무라는 일은 술자리 정도에서도 충분하다.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하더라도 그냥 일기장에 욕지꺼리를 쓰면 그만이다. 누가 생각해도 상식 수준을 벗어난 행동이었다고 한들 굳이 만인이 보는 인터넷이란 공간을 통해 그 개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혀야 할 이유도, 그 개인을 마녀로 만들기 위한 여론 몰이에 몰두할 필요도 없다. 이런 마녀사냥으로 남는 게 무엇인가? 당사자에게는 다시금 절대 회복되지 못할 뼈 아픈 상처가, 누리꾼들에게는 무책임하고 난폭한 야만성만이 남을 뿐이다. 기술이란 것은 언제나 중립적이다. 화약은 잘 쓰이면 밤하늘을 수놓을 화려한 불꽃놀이가 될 수 있지만 잘못 쓰이면 사람을 죽이는 폭약이 될 수도 있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을 행복한 불꽃놀이로 만들 것이냐 사람을 죽이는 폭약으로 만들 것이냐는 결국 우리들에게 달려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