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AC밀란을 가볍게 따돌리고 8강에 진출한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올림피크 리옹을 상대로 힘겨운 경기를 펼치면서 6년 연속 16강에 머물고 말았다.

레알 마드리드에게는 아쉬운 패배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개최될 곳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 바로 레알 마드리드의 홈 경기장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레알 마드리드는 '제2의 갈락티고'라 불릴 정도로 특급 선수들을 야심차게 영입했다. 프리미어리그를 평정한 호날두와 알론소, 세리에A를 지배한 카카, 르샹피오나를 정복한 벤제마까지. 팬들은 화려한 갈락티코 2기에 대해 큰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올림피크 리옹과의 졸전으로 홈 경기장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지켜보길 기대했던 팬들의 희망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반면 팀 전력의 핵심이었던 호날두를 내주고 주전 선수들까지 부상을 당하며 우울한 시즌 예상을 들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AC밀란을 4:0으로 대파하면서 가볍게 8강에 진출하게 되었다. 대형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야심찬 비시즌을 보냈던 레알 마드리드와 달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호날두와 테베즈 등 팀 전력의 핵심을 이루던 선수들을 떠나보내야 했고 이들의 보강 차원에서 영입한 선수는 달랑 발렌시아 한 명 뿐이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선수층이 얇아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이번 시즌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런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매우 훌륭한 시즌을 치르고 있다.

이렇게 희비가 엇갈린 레알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두 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왜 맨유는 되고 레알은 안 되었을까? 레알이 리옹에게 패배를 당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딱 하나, '팀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레알에 뛰어난 선수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리옹전만 하더라도 호날두, 카카, 벤제마, 이구아인, 알론소 등 스스로 경기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이들의 개인적인 능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던 레알은 이들의 파상공세가 막히자 스스로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해지는 건 자신 혼자 상황을 해결하려는 선수들의 초조함뿐이었다.

반면 맨유는 달랐다. 맨유는 최근 몇 시즌 동안 챔피언스리그에서 AC밀란을 만나 고전한 기억이 적지 않았다. 중원을 필두로 한 AC밀란 특유의 패싱 게임은 맨유에게 항상 큰 부담이 되었다. 이에 퍼거슨은 박지성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시켜 AC밀란 공격의 시발점인 피를로를 봉쇄하도록 하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약효는 탁월했다. 피를로가 막히자 AC밀란은 효율적인 공격 전개를 펼치지 못했고 의외로 쉽게 경기의 지배권을 내주었다. 수비시에는 피를로를 따라다니고 공격시에는 또 공간을 찾아들어가 공격 전개를 이어주는 역할을 했던 박지성의 희생 덕분에 맨유는 손쉬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 점이다. 레알과 맨유의 극명한 차이 말이다. 박지성이나 플래쳐, 노쇠한 긱스 같은 선수들에게 경기를 단 번에 뒤집을 수 있는 강력한 한 방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화려하지도, 개인 기량이 출중하지도 못한 선수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선수들이 맨유에서 꾸준히 출전 시간을 갖는 것은 이들이 팀을 위해 전술적인 희생을 감당할 줄 아는 영리한 선수들이기 때문이다. 반면 지금의 레알에게서 이런 선수들을 찾기란 힘든 일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레알에서 이런 역할에 가장 근접했던 라울마저도 현재는 호날두, 벤제마 등 갈락티코 2기 선수들에게 밀려난 상태이다.

과거 갈락티코 1기가 밟았던 전철처럼 갈락티코 2기 또한 흥행과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번 챔피언스리그 탈락의 충격으로 또 다시 새로운 대형 선수 영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물망에 오르고 있는 선수들을 살펴보면 모두 현재 레알의 문제점을 채워주기에는 너무나 현란한 선수들 일색이다. 항우가 역발산기개세만으로 유방을 이기지 못했듯 축구에서도 화려한 개인 능력을 갖춘 선수들만으로 상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 이대로라면 이번 갈락티코 2기 또한 우승을 위한 리빌딩이 아닌 '유니폼 팔기 마케팅'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