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팀의 특징은 앞선 포스트에서도 말했듯이 선수들의 역할이 효율적으로 분배되어있다는 점이다. 같은 공격수이지만 루니의 역할과 베르바토프의 역할이 확연히 구분되고, 같은 미드필더지만 박지성이 해야할 임무와 플레쳐가 책임져야 할 역할이 또 다르다. 맨유의 선수들은 제각각 자신의 역할과 임무를 갖고 경기에 나선다. 덕분이 맨유 같은 팀들은 매우 유기적인 조직력을 자랑한다. 또한 선수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는 팀은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 기복이 심하지만, 맨유와 같은 팀은 항상 일정 수준 이상의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팀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다. 단 한 역할이라도 공백이 생기면 전체적인 경기력에 큰 차질이 생긴다는 것. 올시즌 맨유에서 루니가 맡은 부분은 최종적으로 공격을 마무리해주는 역할이었다. 실제로 루니는 이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내면서 많은 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오늘 첼시와의 경기에서 루니의 공백은 맨유에게 너무나 뼈아팠다. 베르바토프가 최전방으로 나서며 루니의 역할을 대신했지만 그의 골결정력은 빈약했고, 박지성의 이선 지원도 루니의 빈자리를 메우기엔 부족했다.

전체적인 경기 내용이 일방적으로 밀린 것이 아니었던 것처럼 수비나 미드필더들은 그나마 나름의 역할을 해주었지만, 공격에서의 세기가 조금 부족했다. 팔다리와 몸은 갖추었지만 머리가 없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던 루니도 많이 답답했었는지 경기가 끝나기도 전에 먼저 자리를 뜨고 말았다.


이쯤 되면 맨유의 천적이라 불러도 무방할 듯 싶다. AC밀란을 이끌었을 당시에도 챔피언스리그에서 번번히 맨유에게 패배를 안겨준 안첼로티 감독이 이번에는 첼시의 감독으로 맨유와 퍼거슨 감독을 괴롭히고 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지장답게 안첼로티 감독은 퍼거슨 감독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고 있는 듯 하다. 오늘 경기의 승리로 안첼로티 감독은 첼시를 맡은 이후 컵대회까지 포함하여 맨유에게 3연승을 거두게 된 셈. 일부에서는 퍼거슨 감독의 천적으로 무리뉴 감독을 꼽고 있지만 안첼로티도 이에 못지 않게 퍼거슨 감독을 상대로 압승을 거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