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올드트래포트 경기장에서는 초록색과 노란색의 머플러를 두른 팬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처음에는 관중들 중 극히 일부만이 머플러를 둘렀지만, 점점 숫자가 늘더니 어제 첼시와의 경기에서는 대부분의 맨유 관중들이 이 머플러를 두르고 있었다. 맨유를 상징하는 색깔은 전통적으로 붉은색. 이 색과 전혀 상관없는 초록색과 노란색의 머플러는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낯설어보이는 초록색과 노란색의 '그린&골드' 머플러는 맨유의 전신이었던 뉴튼 히스(Newton Heath) 클럽의 색을 상징한다. 1878년 맨체스터 지역을 연고로 탄생한 뉴튼 히스 클럽이 경영난으로 1902년 새롭게 인수되면서 지금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이어져온 것. 지금도 맨유의 써드 유니폼으로 간간히 초록색 노란색 유니폼이 만들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런데 맨유 팬들은 왜 갑자기 100여 년 전의 그린&골드 머플러를 매고 있는 것일까.


최근 맨유 서포터들이 주도하고 있는 '그린&골드 켐페인'은 현 맨유의 구단주인 말콤 글레이저에 대한 반감으로 시작되었다. 글레이저 가문이 맨유에 대한 인수 비용 대부분을 은행 대출로 마련한 탓에 천문학적인 금액의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 이외에도 글레이저 가문의 불투명한 회계, 적자 경영 등은 맨유 팬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 글레이저가 미국의 재벌 가문이라는 점 또한 자존심 강한 영국인들에게는 더욱 용납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했다.

얼마 전에는 글레이저가 채무 탕감을 위해 홈구장인 올드트래포트를 매각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빚을 갚기 위해 이번 시즌이 끝나면 팀의 주축 선수인 루니와 비디치를 팔 수도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는 상황. 이에 맨유 팬들과 서포터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게 되었고 맨유 서포터들을 중심으로 글레이저의 퇴진을 요구하는 'LUHG(Love United Hate Glazer)' 켐페인이 시작된 것이다.


베컴을 사랑한 팬들, 맨유를 사랑한 베컴

얼마 전, 올드트래포트에서 열렸던 챔피언스리그 16강전 2차전 경기. 후반전 AC밀란에서는 베컴을 투입시켰다. 오랜만에 올드트래포트에 나타난 베컴에게 맨유 팬들은 뜨거운 기립 박수를 쳐주었다. 팬과 선수 사이의 훈훈한 감동을 느꼈던 장면. 하지만 경기가 끝난 후 더 극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후반 종료 후 라커룸으로 돌아가던 베컴이 그라운드에 떨어진 '그린&골드' 머플러를 주워 자기 목에 두른 것. 올드트래포트의 팬들은 베컴의 행동에 열렬히 박수를 쳐주었고 베컴은 머플러를 두른 채 묵묵히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베컴은 "맨유를 사랑하는 팬 중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고 말했다. 같은 남자가 봐도 이렇게 멋있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