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나라가 또다시 떠들썩해졌다. 조승희라는 이름이 한참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더니 이번엔 김승연이라는 이름이다. 지금까지 보도된 내용을 살펴보면, 한화그룹의 김승연 회장의 행동은 분명 상식 밖의 것이었다. 재계 서열 10위 안에 드는 대기업의 총수가 폭행당한 아들을 복수하려고 조폭을 동원하여 폭력사건을 일으킨 것은 수준 이하의 행동이었다. 가뜩이나 우리나라 만큼 기업인에 대한 이미지가 안좋은 나라도 없는데 또다시 이런 사건이 생겨서 굉장히 유감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면 속에 숨겨져있다. 경찰 당국은 사건 당일 김승연 회장의 폭행 사건에 대한 전모를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화 그룹의 로비성 권고를 받아드려 사건을 조용히 매듭지으려했고, 사건 발생 후 무려 50여 일이 지나서야 한겨레 언론사를 통해 전말이 드러나게 되었다. 도대체 어떠한 배짱으로 김승연 회장은 이처럼 공권력을 말그대로 무시할 수 있었을까. 더군다나 현 우리나라 정권은 다소 극단적으로 말해 재벌들과의 껄끄러운 관계로 유명한 노무현 정권이다. 아무리 노무현 정권이 겉으로 기업 과의 통합을 표방한다지만, 작은 꼬투리 하나라도 잡히게 되면 세무조사나 언론플레이를 통해 현 정부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 현재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몸을 사려도 모자랄 마당에 오히려 이런식으로 공권력을 무시할 수 있었던 김승연 회장의 배짱 뒤에는 노무현 정권의 한 가지 큰 딜레마가 숨겨져있다.


법이란 사람들이 그 법을 준수할 때, 즉 지켜질 때 그 사회적 기능을 발휘한다. 그 법이 좋고 나쁨을 떠나서 사람들이 법을 준수할 경우 그 사회의 질서는 안정되어지고 바로잡히게 된다. 그러나 최근 이른바 시민단체들은 법 위에 군림해있다. 법이라는 질서 아래에서 행동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이념과 사상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그들은 과감히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다소 과격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 이에 더불어 현 정권 또한 이러한 시민단체들의 행동을 과거와는 달리 과감히 눈감아주고 있다. 이렇듯 시민단체 앞에서 작아진 공권력이 과연 기업들 앞에서는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시민단체들에게 손을 들어주고 있는 정부는 또다른 한편으로 기업들에게도 손을 들어줘야 할 수 밖에 없다. 정부와 기업의 이러한 관계는 김승연 회장의 배짱이라는 유쾌하지 않은 사건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우리학교 총학생회가 학교 총장실을 점거하고 있단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학교에 관철시키고자 하는 명분이란다. 물론 총학생회의 주장 또한 일리가 있다. 대부분의 주장은 학교와 학생의 건전한 관계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들이다. 그러나 그 주장을 관철시키는 방법에 대해서는 마냥 옳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총장실 점거는 분명 불법적인 행위이다. 양날의 칼이다. 학교 측을 찌르는 만큼, 자기 자신을 찌르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법, 규범, 규칙 등은 분명 지켜져야할 것들이다. 질서없이 사회는 유지되어지지 못한다. 아무도 무질서하고 혼란한 사회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중동을 보라. 그들의 여러 관습과 규범들은 우리의 상식 선에서는 이해하지 못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것들이 매우 많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한 관습과 규범을 통해 지금껏 사회를 훌륭히 유지시켜 나가고 있지 않은가. 사람들이 지금의 법을 옳지 못한 것이라 생각하여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앞으로 옳은 것이라 생각하고 지어낼 법 또한 사람들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악법도 법이란다. 분명 이상적 시각에서는 불쾌하기 그지 없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