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규장각 의궤가 대여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백범이 남긴 말이 떠올랐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하지, 가장 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의 부유함이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함이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프랑스 콩코드 광장의 '오벨리스크'도 떠올랐다. 지성의 도시 한복판에 '자랑'처럼 솟아있는 오벨리스크는 무엇을 자랑하고 있는 것일까? 명색이 비판지식인이라 칭송받는 기 소르망 같은 이들마저도 이따금 졸렬한 발언을 서슴치 않는다. 내가 외규장각에 갇혀 있는 건지 그가 우월주의 같은 것들에 빠져있는 건지 헷갈린다. 파리 시내 한복판에서 대관람차 놀이기구 옆에 세워져있는 오벨리스크와, 이집트의 황금빛 사원에서 햇빛을 찌르듯 솟아있는 오벨리스크 중 무엇이 어떤 오벨리스크가 더 빛을 발할까?

어떻게 보면 박물관은 문화재들의 감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