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자유주의 국가가 아니다. 또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도 아니다.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란 말 그대로 자유를 뜻하고, '민주'란 평등을 뜻한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는 자유롭되 평등한 사회를 표방한다. 기본 원리는 누구나 알고 있다. 구성원들의 기본적 권리가 보호되는 범위에 한정하여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이다.

경제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가 채택하고 있는 경제체제는 '수정자본주의'이지 그냥 '자본주의'가 아니다. 대공황의 경험처럼 순수한 자본 논리만으로는 원활한 시장의 운영이 불가능했고 공정한 경쟁 환경이 만들어질 수 없었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수정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등록금 문제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간 정부는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하여 대학 교육의 거의 모든 사안을 대학들 스스로에게 맡겼다. 그동안 대학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등록금을 인상하였고 불과 십여 년 사이 등록금은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결국 소득 대비 등록금 비중은 미국과 세계 1위를 다투는 형국이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들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등록금을 거두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는 동안 등록금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쳇말로 '대학 물을 먹었느냐 먹지 않았느냐'가 사람을 논하는 데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 사회에서 학생들에게 대학이란 선택이 아닌 필수나 다름없었다. 이런 까닭에 학생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대학의 방침에 일방적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대학의 등록금이 인상된다고 해서 대학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는 동안 대학들은 수백수천억 원의 적립금을 쌓아갔고, 학생들의 빚은 늘어만 갔다.

결국 대학과 학생 사이에 누군가 개입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일부는 시위하는 대학생들을 가리키며 왜 학교가 아닌 정부 탓을 하느냐고 나무라지만, 정부야말로 바로 이런 일을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정부라는 건 폼으로 있는 것이 아니다. 자율을 보장하되 방종은 막기 위해 있다. 다시 말해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는 학생들을 보호하고 이 같은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는 비싼 세금을 감당하며 정부를 구성하고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행정당국의 존재 이유이다.

대학등록금 문제는 단순한 정치적 이슈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절실한 문제다. 얼마 전 국내 최고의 직업을 꼽는 리서치에서 사립학교 교직원이 1위를 했다. 높은 연봉과 안정성을 보장받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학의 한쪽에서는 불안정한 대우와 생활고로 시간 강사들과 조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이 사실만 봐도 알수 있다. 대학이 얼마나 불투명하고 불합리한 곳인지. 이제 누군가 나서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