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초반에 프랑스의 사업가이자 경제학자인 장 밥티스트 세이(Jean B. Say)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제가 불균형(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상태에 처하더라도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며, 장기적으로는 수요가 공급 수준에 맞추어 자율적으로 조정되기 때문에 경제는 항상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생산물시장을 구성하는 수많은 재화 중에서 일부 재화들에 잉여(초과공급)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노동소득으로 다른 재화를 구매하려고 하기 때문이고, 결국 일부 재화의 잉여는 다른 재화의 부족(초과수요)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는 1803년에 간행된 그의 저서 <정치경제론, Traite d'economie politique>에서 '상품의 대금은 다른 상품으로 지급된다'고 간주했다. 그에 따르면 상품의 수요를 유발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상품의 생산 그 자체인 것이다. 훗날 케인즈는 이러한 세이의 주장을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고 요약했고, 경제학자들은 이를 세이의 법칙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물건이 만들어지면 그 순간 시장에는 그 가치만큼의 다른 물건과 교환될 수 있다는 사실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물건이란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그 가치가 하락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제조업자는 즉시 그 물건을 팔아 치우고 싶어할 것이다. 한편, 금전 또한 그 가치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물건을 팔아 버는 돈 또한 제조업자는 최대한 빨리 써버리고 싶어할 것이다. 그리고 돈을 써버리는 방법은 다른 물건을 사는 것 뿐이다. 그 결과 제품의 공급은 다른 제품에 대한 수요로 연결되게 되는 것이다"


"판매를 촉진시키는 것은 풍부한 금전이 아니라 풍부한 물건이다. 금전은 거래의 매개체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다. 물건의 거래 과정을 전체적으로 놓고 볼 때 매수인과 매도인은 서로 물건을 주고 받은 것 뿐이다."

-<정치경제론>中-



공급은 수요를 창출할까?


세이의 주장대로 어느 수준이든 간에 수요와 공급이 일치한다는 주장은 경제가 항상 완전고용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가 재고 없이 모두 시장에서 판매된다면 경제는 항상 완전고용을 달성하는 수준에 맞추어 생산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이의 법칙은 요즘의 실업자들처럼 노동의 수요 부족으로 인하여 상당한 기간에 실업상태에 있는 노동자는 존재할 수 없음을 뜻한다. 다시 말해 실업자는 자발적으로 실업을 선택한 노동자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러한 주장은 시장경제는 어떠한 외부적 충격에 대해서도 자동적으로 조정되기 때문에 비자발적 실업은 일시적으로 존재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고전학파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다.


또한 세이의 법칙은 일시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총공급이 총수요를 초과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정한다. 하지만 케인즈는 총수요가 총공급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장기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경기 침체와 공황을 초래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경기변동이론과 측정방법을 체계화한 미첼은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는 경기변동이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이며, 비자발적 실업은 자본주의체제에서 늘 발생하게 되는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경제 발전의 초기 단계에서 생산은 자급자족을 위한 것이거나 수공업자들이 간헐적으로 고객의 주문에 의해 수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전부였다. 따라서 생산자는 생산한 상품을 팔지 못한다거나 재고를 쌓는 곤란을 겪지 않았다. 즉, 공급된 상품에 비해 수요가 부족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상품 생산은 시장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기업이 생산한 상품이 시장에서 판로가 막히면 그 기업은 생산을 계속할 수가 없다. 이러한 상황은 개인 기업에 의해 주도되는 시장경제체제의 가장 중요한 제도적인 특징이다. 따라서 시장판매를 위한 공장대량생산체제 하에서 전체적으로 공급된 상품에 대한 충분한 수요가 부족한 경우 세이의 법칙은 성립될 수 없다.


기업의 이윤창출은 생산 활동의 주된 동기유발 요인이고 생산 활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힘과도 같다. 만약 개인 사업가가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면 생산량을 줄이거나 아예 접어야 한다. 공장의 기계들은 가동을 중지해야 하고 노동자들은 일할 의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잃게 된다. 결국 자본주의 하에서 실업과 경기위축은 불가피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경기 변동이 발생한 것도 이 같은 사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세이의 법칙 성립 여부


화폐의 기능이 교환의 매개임은 명백하다. 하지만 화폐는 가치 저장의 수단이라는 기능도 갖고 있다. 근대 경제에서 상품의 판매자는 상품 판매의 결과에 의해 화폐를 취득한다. 취득한 화폐는 다시 다른 상품의 구매에 지출된다. 반면 판매자가 취득한 화폐를 미래의 소비지출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 화폐는 가치 저장의 기능을 한다. 만약 소득 가운데 소비하지 않는 부분(저축)이 투자에 전용되지 않고 퇴장되는 경우에는 공급에 맞는 수요가 창출되지 못한다. 이와 같이 총수요가 부족하면 모든 생산된 상품이 소비되지 않는다. 생산은 위축되어 경기가 침체되고 실업이 발생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세이의 법칙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생산물 시장과 화폐시장이 모두 균형을 이루고 있어야만 한다. 소비자들은 노동시장에서 얻은 소득을 그것이 어떤 재화이든 반드시 재화의 형태로 갖고 있어야 하고, 자신의 소득을 모두 생산물 구입에 사용해야 하는 순환과정이 완벽하게 작동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세이의 법칙은 이러한 순환과정을 논리적으로 기술하였을 뿐이지 이러한 순환과정이 완전하게 작동된다는 점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각주:1]



왈라스의 법칙


프랑스의 경제학자 왈라스(Walras)[각주:2]는 경제 전체의 총초과수요의 가치가 항상 0이라는 법칙을 주장했다. 이는 훗날 '왈라스의 법칙'으로 불리게 되었는데 가격의 신축적 조정에 의해 한 경제의 총공급과 총수요는 항등적으로 일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경제 내의 한 시장에서 초과수요가 발생하면 다른 시장에서 필연적으로 초과공급이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세이의 법칙과 비교해보면, 세이의 법칙은 거시경제를 구성하는 여러 시장이 각각 균형을 이루어야 함을 의미하는 반면, 왈라스의 법칙은 한 시장의 불균형이 다른 시장의 불균형과 상쇄되어 거시경제 전체적으로 균형이 달성됨을 뜻한다. 즉, 왈라스 법칙은 경제 전체적으로 재화의 초과공급이 존재한다면 이는 화폐에 대한 초과수요를 수반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세이의 법칙은 재화의 초과공급 자체가 절대 발생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는 데 두 법칙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참고자료

『거시경제론』, 정운찬, 김영식, 2008, 율곡출판사

『현대 경제학원론』, 김대식, 노영기, 안국신, 2007, 박영사

『거시경제학』, ManKiw, 이병락 옮김, 2007, 시그마프레스


  1. 단순하게 말해 세이의 법칙은 세 가지 조건을 전제로 한다. 첫째로 화폐는 교환의 수단으로서만 존재해야 하고, 둘째로 재화의 가격은 완전히 유동적이어야 하고, 셋째로 정부의 개입 등 가격 교란의 외부 요소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세 조건이 전제되면 세이의 법칙은 무결하게 작동한다는 것인데, 케인즈 학파는 이 같은 전제 조건의 허구성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본문으로]
  2. 프랑스의 경제학자로서 한계효용이론을 발견한 학자 중 한 사람이었지만, 오히려 일반균형이론을 창시함으로써 근대경제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