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스미스(Adam Smith)의 '보이지 않는 손'은 고전학파 이후 '시장경제 만능주의'의 이론적 기반이 되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면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은 한계비용과 일치하기 때문에 시장의 자원배분 효율성이 이루어진다. 이는 이론적으로 완벽하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러한 이론적 완벽함은 전제된 몇 가지의 가정 하에서만 유효하다는 사실이다. 만약 전제가 성립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손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자원배분의 효율성은 성립하지 못한다. 바로 시장실패가 나타나는 것이다.



전제 없이는 불가능한 시장 경제


시장실패(market failure)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경제학자는 프란시스 바토(Francis Bator) 교수이다. 그는 현재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 행정대학원의 명예교수이며, 젊은 시절 MIT에 재직하고 있을 때 자유시장경제의 장점과 한계점을 밝힌 두 편의 논문을 1950년대 후반에 발표하여 경제학 분야에 크게 공헌했다. 특히 두 번째 논문인 '시장실패의 해부학'을 게재하면서 당시 경제학의 주류였던 일반균형모형이 전제하고 있는 가정이 현실에서는 위배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일반균형모형이 가정하고 있는 미래의 확실성과 완전한 정보는 비현실적이므로 기업가, 투자자, 소비자는 미래에 대해 예측하고 이 예측에 근거하여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부분 그 예측이 부정확한 경우가 많으므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한 시장의 자원배분의 효율성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토는 완전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점도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상호 간의 정보의 부족은 생산자로 하여금 소비자가 원하는 것 이상으로 재화를 너무 많이 생산하게 한다거나 반대로 소비자가 원하는 것보다 부족하게 생산하는 비효율성을 발생시킨다. 소비자의 경우에도 상품을 선택하여 소비하는데 있어 정보가 부족하면 소비의 왜곡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아울러 이러한 점은 2001년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교수에 의해서도 입증된 바 있다.



독점과 과점의 발생


또한 불완전경쟁, 공공재, 외부성 등도 시장실패를 초래하는 주요한 요인이 되었다. 경쟁시장 모형에서 각 산업은 시장지배력이 미미한 다수의 기업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개별 기업은 시장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는 수확체감의 법칙[각주:1]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수확체감의 법칙은 찾아보기 힘들다. 많은 제조업의 경우 생산라인을 설치한 기업이 생산량을 증가시키면 단위당 생산비용은 오히려 감소한다. 결국 현대와 같은 대량생산 산업의 경우에는 대기업이 항상 소기업을 시장에서 축출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수의 대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게 된다.



외부경제와 외부비경제


외부성도 시장실패의 주된 요인이다. 외부성이란 시장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어떤 소비나 생산 행위가 다른 소비나 생산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사과를 재배하는 과수원 주인이 사과나무를 많이 심었을 경우 사과 꽃이 더 많이 피면, 이웃에서 꿀벌을 키우는 양봉업자의 꿀 수확은 늘어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양봉업자가 과수원 주인에게 대가를 지불하지는 않기 때문에 양봉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긍정적인 외부성(외부경제)이 생기게 된다. 반대로, 근처에 연탄공장이 들어서면서 검은 연탄 먼지가 날리는 바람에 주변에서 농사를 짓던 농부가 입게 되는 피해는 부정적인 외부성(외부비경제)에 속하게 된다.


특히 외부비경제는 주변의 구성원들에게 비용을 부담시키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연탄공장이 연탄을 생산하면서 발생시키는 먼지가 주변의 농업종사자에게 막대한 손실을 끼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떤 기업의 경제 행위가 주변 사람들에게 손실을 끼치되 그 손실을 보상해 주지 않아도 된다면, 그 기업은 그런 경제 행위를 사회적인 최적 수준 이상으로 행하게 될 것이다. 즉, 어떤 상품 생산에 있어서 외부비경제가 발생한다면, 그 상품의 실제 생산량은 완전경쟁 하에서의 사회적 최적생산량보다 많아지는 시장실패가 나타나는 것이다.



공공재에 대한 수요


도로, 항만, 등대, 교량, 치안, 소방, 국방 등 공공재도 시장실패를 유발시킨다. 공공재가 사유재와 대비되는 특성 중 하나가 비경합성[각주:2]이다. 바다에서 배 한 척이 등대 불빛을 본다고 해서 다른 배들이 등대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과자는 내가 먹으면 다른 사람은 그 과자를 먹을 수 없으므로 경합적이다. 또 비배제성[각주:3]도 공공재의 주요 특징 중 하나다.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이라도 도로나 교량 같은 공공재의 이용을 막을 수 없다. 무임승차가 가능한 것이다. 공공재는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져다주지만 비경합성, 비배제성 같은 공공재의 특징들 때문에 기업은 공공재의 공급을 피할 수밖에 없다. 즉,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의 공공재가 공급되지 않는 시장실패가 발생하는 것이다.




완전경쟁시장이 부수적이다


경제학이 현실을 중시하는 학문이라면 시장실패보다는 오히려 완전경쟁시장이 예외적인 경우로 간주되어 부수적으로 설명되어야 할 것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로빈슨은 1933년에 간행된 저서 <불완전경쟁의 경제학>에서 "경제이론의 원칙을 설명하는데 완전경쟁으로부터 시작하고 독점을 특별한 경우로 설정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독과점을 주된 부분으로 하고 완전경쟁을 부수적인 특별한 경우로 바꾸는 것이 적정하다"고 지적했다.



참고자료

『거시경제론』, 정운찬, 김영식, 2008, 율곡출판사

『현대 경제학원론』, 김대식, 노영기, 안국신, 2007, 박영사

『거시경제학』, ManKiw, 이병락 옮김, 2007, 시그마프레스


  1. 일정한 자본(토지)에서 작업하는 노동자 수가 증가할수록 1인당 생산량(한계생산량)은 점차 적어진다는 법칙이다. [본문으로]
  2.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여도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공공재의 특성, 즉 비경합성이란 어떤 특정 공공재를 현재 쓰고 있더라도 다른 사람들도 이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성질을 이른다. [본문으로]
  3. 특정 재화의 생산과 공급이 일단 이루어지고 나면 생산비를 부담하지 아니한 경제주체라 할지라도 소비에 배제시킬 수 없는 특성을 말한다. 공공재를 계속 과소비할 경우 발생하는 '공유지의 비극' 또한 비배제성으로 비롯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