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제적 문제는 최적화(optimization) 혹은 균형(equilibrium) 중 한 가지의 문제로 귀착된다고 해도 무방하다. 여기서 최적화라는 것은 경제 주체, 즉 의사결정자의 차원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며, 자신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상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서 생겨나게 된다. 따라서 최적화란 의사결정자의 합리성을 전제해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균형은 시장에서 경제주체들이 상호관계를 맺고 있는 데서 나오는 현상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시장에 표출된 상반된 힘이 맞아떨어진 상태를 균형이라 부르며, 여기에서 우리가 관심을 갖는 많은 경제 현상들이 파생되어 나온다.


경제학의 합리성


경제학이 설정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 중 하나는 모든 경제주체가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만약 합리성(rationality)의 가정이 부정된다면 경제학의 모든 이론체계가 송두리째 부정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러한 합리성의 가정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한다.[각주:1] 이간의 합리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완벽한 합리성을 전제로 하여 도출된 이론이 현실에 들어맞을 리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합리성의 가정이 현실의 사회현상에 대해 유의미한 예측을 제공해주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특히 경제학에서 말하는 합리성은 '수단(mean)으로서의 합리성'을 뜻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일단 설정된 목표를 가장 좋은 방법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노력과의 관련 하에서 합리성이 비로소 제 뜻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어떤 목표를 추구하는지, 그리고 그에 대한 이유는 무엇인지에 주목하며 합리성을 결부시켜서는 안 된다. 단지 경제학에서는 욕망, 기호, 동기 등 목표 설정과 관계되는 여러 요인들이 이미 주어졌다고 가정하고,[각주:2] 단지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의 합리성에만 관심을 갖는다. 물론 합리적인 선택이라 해서 반드시 바람직한 결과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합리적 선택이란 객관적인 정보와 신중한 고려의 토대 위에서 여러 선택가능성을 저울질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를 고려해본다면 비합리적인 방법보다는 나을 것이 분명하다.


최적화


경제학에서 설정하는 경제인(homo economicus)은 그가 바라는 것을 가능한 한 극대화하려고 노력할 것이며 그가 원치 않는 것을 극소화하려고 노력한다. 최적화란 바로 이 극대화와 극소화를 합쳐서 이르는 말로, 자원의 희소성에 직면한 우리의 합리적 선택은 바로 이런 최적화를 위한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최적화는 앞에서 설명한 합리성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미시경제이론에서 최적화는 개별 경제주체들의 동기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소비자의 최적화 행위는 그의 효용을 극대화하려는 동기에서 행해진 상품 선택으로 나타난다. 어떤 소비자가 한 상품을 소비하는 행위는 그 행위가 그의 효용을 극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와 같은 개별 소비자들의 최적화 행위는 시장에 모여 시장수요를 결정하게 된다. 또한 소비자들의 최적화 행위가 모여 시장수요를 결정하는 것처럼, 기업들의 최적화 행위가 모여 시장공급을 결정하게 된다.


균형


경제학에서 중요한 관심을 차지하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균형이다. 미시경제이론에서 다루는 개별 상품의 가격과 거래량, 거시경제이론의 중심적인 개념인 국내총생산이나 물가수준은 모두 균형현상의 일종이다. 개별 경제주체들의 최적화 행위는 시장을 통해 나타나게 되는데, 이것들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 균형현상이다. 우리가 한 국민경제에서 보게 되는 거의 모든 현상은 최적화 행위에서 발단되고 균형과정을 통해 바로 그 현상으로 구체화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이 같은 균형은 직관적으로 '시장에서 상반된 여러 가지 힘이 서로 맞아떨어진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다. 상반된 힘이 맞아떨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교란요인이 없는 한 그 상태가 그대로 유지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림에서 파란색의 1번과 3번의 공은 균형의 상태에 놓여있고, 붉은색의 2번 공은 불균형 상태에 놓여있다. 2번 공이 불균형 상태에 놓여있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이 공은 경사진 공에 놓여있기 때문에 묶거나 붙잡는 것처럼 억지로 그 자리에 세워놓지 않는 이상 현재의 위치에 머무를 수 없다. 즉, 새로운 교란요인이 없다 하더라도 현재의 상태를 유지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1번과 3번 공의 경우 일단 정지 상태가 되면 추가적인 다른 힘이 가해지지 않는 이상 지금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될 것이므로 균형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단 1번 공과 3번 공은 '안정성'에 있어서 차이를 보인다. 1번 공은 현재 균형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아주 미세하게나마 새로운 힘이 가해지는 경우 곧바로 굴러떨어지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교란요인이 발생하면 더 이상 현재 상태의 균형을 유지시킬 수 없음을 의미한다. 반면 3번 공의 경우, 누가 그것을 건드려 움직이더라도 몇 번의 움직임 끝에 결국에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갈 것이다. 즉, 교란요인이 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본래의 균형을 유지하게 된다.


경제학에서는 균형이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가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다. 균형이 오직 하나만 존재하는가 아니면 여러 개의 균형이 존재하는 가에도 관심을 갖는다. 즉, 균형의 유일성 여부도 중요한 초점 중 하나가 된다. 여러 개의 균형 중에서도 어떤 균형이 가장 안정적인 상태인지 따져본다는 것이다.



참고자료

『미시경제학』, 이준구, 2008, 법문사

『현대 경제학원론』, 김대식, 노영기, 안국신, 2007, 박영사

『경제학의 ZIP』, 김진욱, 2007, 네오시스


  1. 많은 수의 정치학자, 사회학자들이 경제학의 기본 가정에 대한 이 같은 불만을 갖고 있다. 베버에 입각한 정치경제학이나 사회경제학이 이러한 견해를 갖는 사조에 속한다. [본문으로]
  2. 이 부분은 경제학의 가장 주된 장점이자 치명적인 약점이기도 하다. 이론을 굉장히 단순화시켜 설명하기 때문에 명확하고 명료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 그만큼 복잡하고 다양한 사실관계들이 얽혀있는 현실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