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건 양극화, 소득격차가 문제란 말을 자주 접한다. 하지만 그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는 실감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게 보통이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한 사회의 전체 소득은 그 사회의 구성원들 사이에 어떻게 분배되어 있을까? 물론 각 사회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기는 하겠지만, 기본적인 분배의 양상은 모든 사회에서 거의 비슷한 것을 관찰할 수 있다. 네덜란드 출신의 영국 경제학자 펜(J.Pen)은 대부분의 사회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분배의 양상을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비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는 사람을 납치해서 쇠 침대에 눕혀 그 사람의 키가 침대보다 더 큰 사람은 다리를 자르고 키가 작은 사람은 잡아 늘여 침대의 길이와 같게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도 이와 같이 한 사회의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여 각자의 소득에 따라 그 사람의 키를 늘이고 줄이려고 하는데, 평균 정도의 소득을 가진 사람이 평균 정도의 신장을 갖게 하고 나머지는 소득에 비례하는 신장을 갖게 만든다. 그런 다음, 키가 작은 사람부터 시작해 순서대로 열을 지어 행진하게 하고 옆에서 그 행진의 모습을 지켜본다고 한다.




모든 사람의 행진이 다 끝나려면 60분이 소요된다고 할 때, 행렬의 선두가 지나가는 처음 몇 초 동안은 기묘한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이 사람들은 사업에 실패해 파산한 이들로 소득이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머리를 땅 속에 박고 거꾸로 서서 행진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 다음으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성냥개비만한 사람들, 그리고 담배 길이에 불과한 사람들이 약 5분 동안 열을 지어 지나갈 것이다. 다음에는 30cm의 막대기만한 사람들, 연금생활 노인, 실업자, 영세 자영업자 등이 뒤를 따르게 되는데 이와 같은 난쟁이의 행렬은 무척이나 오래 지속된다.


행렬의 반이 지나간 시점인 30분 후에도 역시 우리의 어깨에조차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생산직 노동자 등)이 계속 지나가는 것을 보게 되며, 45분이 경과한 후에야 비로소 우리와 비슷한 크기의 사람을 보게 된다. 이들은 사무직이나 공무원 등으로 평균 소득 언저리에 위치한 사람들이다. 딱 평균 정도의 신장을 가진 사람들이 지나가는 광경을 보는 것은 행진이 시작된지 약 48분이 지난 후가 된다. 그 이후로 사람들의 키는 갑자기 커져 얼마 가지 않아 전신주만한 사람이 지나가는가 하면, 곧 이어 15층 아파트 높이의 키를 가진 사람, 그리고 63빌딩 높이의 키를 가진사람을 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행진의 끝이 1초도 남지 않았을 때에는 정말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는데, 키가 몇 km나 되는 까닭에 머리가 구름위로 솟아 있는 거인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참고자료

『미시경제학』, 이준구, 2008, 법문사

『현대 경제학원론』, 김대식, 노영기, 안국신, 2007, 박영사

「난쟁이와 거인의 행렬로 본 소득불균형」, 조계완, 2009, 한겨레21


  • Zoom-in 2012.05.18 16:18 # modify/delete reply

    제가 나타나는 시간대를 보니 급 우울해 집니다.

  • 어멍 2012.06.11 16:50 # modify/delete reply

    재밌기도 하고 씁슬하기도 하고... 환상적인 동화같기도 하고 극사실주의 리얼리즘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 커널제로 2012.06.20 15:11 # modify/delete reply

    잘 보았습니다.
    그렇다고해서 공장에서 찍어내는 인형처럼 다 똑같은 크기의 인형으로 사는건 싫어요.
    뭐 저같은 서민은 이미 성냥개비의 행렬이니 다 똑같은 크기로 봐야되는건가요?

  • 스핑치타 2014.03.07 14:03 # modify/delete reply

    소득 분배는 항상 양날의 검이죠. 열심히 사는 것에 대한 동기부여는 충분히 해주어야 하지만, 극단적인 소득격차는 결국 모두의 파멸로 이르게 되는것 같아요.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