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여멀그레한 병실에 6명의 환자복을 입은 사람들이 제각각 침대에 앉아있거나 혹은 누워있는다. 몸이 많이 안좋으셔서 아들이 하루종일 간병을 하는 나이드신 할아버지부터 입원은 처음 해보는 어안벙벙한 대학생까지. 신기한건 다들 같은 곳이 아파서 병원에 온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원래 병원에서는 비슷한 부위의 환자들을 같은 병실에 모아두는지 궁금해졌다.
뭐든게 신기하기만 한 대학생 옆에 한 할아버지. 남해에서 굴인가 전복인가 양식을 하신단다. 대충 이야기하는 걸 들어보니 몇 십 년 전부터 신장이 안좋아 병원을 들락날락하셨단다. 이번이 두번째 조직검사라나. 그 옆에는 건강이 안좋아보이시는 할아버지 한 분이 힘겹게 누워계신다. 면도도 할 겨를이 없는 그 아드님은 우울한 수염을 방치한 채 계속 부시럭 소리를 내며 나이드신 아버지를 간병하느라 바쁘시다. 틈틈히 침대 옆 휠체어에 앉아 무언가를 하시는거 같더니만 흠칫보니 성경을 읽고 계신다. 그 맞은편에는 대학생을 빼고 그 병실에서 비교적 젊은 아저씨 한 분이 앉아서 TV를 보신다. 옆 병실에서 바둑을 두러 돌아다니시는 등 이미 조직검사를 끝나고 퇴원을 기다리고 있는 여유를 보이신다. 특히 아저씨는 갑자기 몸이 안좋아지셨단다. 회사가 어렵게 돌아가고 과로하는 바람에 몸도 정신도 많이 혹사당했단다. 여러가지 사연이 많은 병실.
모두들 병실 식구가 된 대학생을 가엾게 여기는 눈빛이다. 젊은 사람이 여긴 왜 왔을고.
그런 눈빛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애써 커튼을 치고 혼자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며 자신은 그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고 싶어하지만, 여기 병실에 있는 사람들이 어쩌면 내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한 켠으로는 불안감이 엄습해오기도 한다.
약이 없어. 약이 없는거여. 할아버지와 아저씨들의 이야기 중에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펴지지 않는 한번 꾸겨진 종이도 아니고, 한번 나빠지면 좀처럼 좋아지진 않는다고 한다. 시골에서 어른들이 해주시는 술 잘마신다는 소리에 우쭐한 적도 있었고, 축구할 때도 항상 남들보다 몇걸음은 더 많이 뛰어다녔다. 이렇게 아무 지장 없는데 조심해야 한다니,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직도 와닿지가 않는다.
무엇보다 착잡한건 부모님 때문이다. 엄마, 아빠. 내일 즈음에 검사를 하면 한동안은 누워있기만 해야 한다. 그동안 엄마든 아빠든 나를 돌볼 텐데, 옆에서는 늙은 노친을 아들이 간병하는데 다른 한 편에서는 엄마, 아빠가 다 큰 아들을 간병해야 하다니. 효라는 단어에 대해 평소 별다른 생각이 없었지만 정말 불효막심하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하시지만, 아들을 홀로 병원에 남겨두고 집으로 돌아가는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