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행정행위는 법의 테두리 내에서 법에 따라 행하여지고 심사된다. 하지만 일반 행정과 구별되는 특수한 성질을 가진 것으로 통치행위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통치행위란 국가통치의 기본에 관한 고도의 정치성을 가지는 국가기관의 행위로서, 사법부에 의한 법률적 판단의 대상으로 하기에는 부적당하며 그에 대한 판결이 존재하더라도 그 집행이 곤란한 성질의 행위를 말한다. 통치행위는 최상위의 국정의 기본방향 또는 국가적 정책사항을 대상으로 하는 행위로서 입법·사법·행정의 3권 중 어느 영역에도 속하지 않는 제4의 영역으로 분류되고 있기도 하다.


통치행위의 개념은 프랑스 최고 행정재판소인 꽁세유데따(Conseil d'Etat)의 판례를 통해 성립·발전되었는데, 꽁세유데따는 정치성이 강한 행위들에 대해 사법심사를 제한하였던 것이 후에 통치행위로 인정되었다. 과연 어디까지 통치행위로 인정해줄 것인가에 대해서 초기에는 그 범위를 넓게 인정했지만 그 후 범위가 점점 축소되어 현재는 국제관계에서 일정한 행위(조약체결, 외교, 군사), 의회관계에서 일정한 행위(의회해산) 등으로 범위를 한정하여 인정하고 있다.



통치행위의 유래


통치행위를 긍정하는 학설로는 대권행위설, 권력불립설, 자유재량행위설, 사법자제설, 독자성설 등이 있다. 먼저 대권행위설에서 영국 국왕의 대권에 근거한 이론으로서 통치행위는 국왕의 대권에 속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법원이 심사하기 곤란하다고 하는 견해이다. 권력불립설은 권력분립의 원칙상 정치적 책임이 없는 사법부는 정치적 성격이 강한 통치행위에 대해서는 심사할 수 없다는 견해다. 또 자유재량행위설은 통치행위는 정치문제이고 정치문제는 행정부의 재량행위에 속하므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사법자제설은 법이론적으로 모든 국가작용을 심사할 수는 있지만 사법부가 정치적 문제에 개입하지 않기 위해 사법부 스스로 판단을 자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다. 마지막으로 독자성설은 통치행위는 국가지도적인 최상위의 행위로서 본래적으로 사법권의 판단에 적합한 상황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물론 통치행위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통치행위 역시 헌법에 근거하여 행사되는 것인 만큼 국민주권주의 및 민주주의 원칙과 기본권침해의 한계에 관한 헌법상의 여러 원칙에 위배되어서는 안 되며, 또한 통치행위의 행사방법에 대한 법률이 있으면 그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행사되어야 한다.



통치행위의 인정


우리나라의 대법원은 계엄선포와 관련된 사건 등 정치성이 강한 사건에 대해서 사법심사의 배제를 제한적으로 긍정하고 있으며 그 근거로는 권력분립설(내재적 한계설) 또는 사법자제설을 들고 있다. 대법원은 계엄선포행위, 군사시설보호구역의 설정·변경 또는 해제행위,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는 통치행위로 인정하였으며, 하급심인 서울행정법원은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대해 통치행위성을 인정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 또한 사법자제설을 근거로 통치행위의 개념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으면서도, 다만 국민의 기본권침해와 직접 관련되는 경우 통치행위라 하더라도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하여 제한적으로 긍정하고 있는 입장이다. 헌법재판소는 금융실명제에 관한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 신행정수도건설이나 수도이전의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칠지 여부에 관한 대통령의 의사결정은 고도의 정치성을 가진 통치행위로 보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침해와 직접 관련되는 경우 사법심사의 대상이 됨을 인정하고 있다.


통치행위를 부정한 판례(사법심사의 대상이 됨을 긍정한 판례)

유신헌법 제53조에 근거하여 발령된 대통령긴급조치 제1호, 대통령긴급조치 제2호,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에 대한 위헌심사권한은 헌법재판소에 전속한다(헌재 2013.3.21. 2010헌바132).

비상계염의 선포나 확대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해진 경우에는 법원은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심사할 수 있다(대판 1997.4.17. 96도3376).

남북정상회담의 개최과정에서 북한 측에 사업권의 대가 명목으로 송금한 행위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대판 2004.3.26. 2003도7878).

자이툰부대 이라크 파병결정은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문제로서 헌법재판소가 사법적 기준만으로 이를 심판하는 것은 자제되어야 한다(헌재 2004.4.29. 2003헌마814).

대통령의 금융실명제에 관한 긴급재정·경제명령은 통치행위에 속하나 비록 통치행위라 하더라도 국민의 기본권침해와 직접 관련되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장이 될 수 있다(헌재 1996.2.29. 93헌마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