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십여 년 전만해도 공격수는 말 그대로 공격만 잘하면 그만이었다. 공격수는 골 넣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더 이상 공격만 잘하는 공격수는 좋은 공격수로 평가받지 못한다. 공격 못지 않게 수비도 잘해야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상대를 압박하기 위해 더 많이 더 악착스럽게 뛰어야 한다. 축구 선수들의 능력이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한 가지만 잘해서는 훌륭한 축구 선수라고 평가받지 못한다(물론 늘 그렇듯 메시나 호날두 같은 돌연변이는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이는 공격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수비수도 공격을 잘해야 한다. 공격의 시작이 되는 위치에서 능수능란하게 패스를 주고 받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골키퍼도 마찬가지. 골키퍼가 슛만 잘 막으면 되는 시대는 지났다. 요즘의 골키퍼는 공을 손으로 잡는 것보다 공을 발로 다루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문제는 이 상향평준화라는 게 축구장 안에서만 일어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사회라는 것도 점차 상향평준화되어 가고 있다. 한때는 글만 읽을 줄 알아도 식자 소리를 듣던 시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학위에 어학시험인증에 자격증을 들이밀어도 일자리 하나 얻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능력의 여하를 떠나 외모 경쟁력을 위해 성형까지 권하고 있으니 말은 다한 셈. 경쟁이란 영역이 대체 어디까지 뻗쳐있는지 그 경계가 보이지 않을 정도다. 덕분에 현 시대의 인간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피곤한 삶을 살고 있다. 더 서글픈 건 돋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낙오되지 않기 위해 더욱 고단한 길을 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 공이 없을 때도 쉬지 못하고 수비수의 공을 뺏기 위해 부단히 달리고 또 달리는 공격수의 가뿐 숨이 요즘따라 왜 그리 고달프게 보이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