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도. 믿고 보는 윤종빈과 하정우의 조합. 하지만 그 기대를 산산조각 내버린 작품. 하정우에게는 거의 최악의 작품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이번처럼 그가 캐릭터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 물론 하정우만의 문제는 아니다. 민망했던 내레이션이 시작되면서 들었던 불길한 예감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영화 자체가 전반적으로 잘 짜여진 느낌은 아니었다. 웨스턴사극을 지향하면서 산골짜기를 배경으로 하는 화적을 소재로 하는 것부터가 무리가 아니었을까. 차라리 마적단이었으면 어땠을지. 또 스타일리쉬함을 추구하는 웨스턴사극에 조선시대 민초의 애환 같은 다소 장엄한 주제까지 담으려다보니 영화가 이도저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 비교하자면 '놈놈놈' 같은 영화에 만주 독립군의 애국심 따위를 억지로 삽입하려는 느낌이랄까. 특히 웨스턴과 민초의 어정쩡한 조합은 배경음악에서 두드러졌다. 배경음악은 컨츄리 느낌의 웨스턴 음악이 깔리는데 뜬금없이 화면엔 성난 백성들의 봉기 장면이 나오고 거꾸로는 장엄한 음악에 게임 캐릭터 같이 생긴 화적단의 모습이 등장한다. 본디 웨스턴 장르라 함은 배경음악이 생명인데.

명량. 기대가 너무 컸던 건지 생각보다는 아쉬운 점이 많았던 영화다. 한 시간 가량 계속되는 전투씬은 놀라울 정도였지만 딱 그 뿐이었다. 그 전투씬에 거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던 탓인지 전체적인 편집이나 극의 전개는 다부작을 염두해둔 영화라 하더라도 영 어색했다. 역대 관객 순위에 올라있는 여타 작품들에 비해서는 완성도가 떨어지는 편. 영화 자체의 작품성이나 완성도보다는 영화보다 더 극적인 역사를 만들었던 이순신이란 개인에 대한 관심이 관객을 영화관으로 이끄는 것 같다.